[활력잃은 창조경제] 4개월만에 찾아간 창조경제센터…예산 우수수·분위기 뒤숭숭

“부정적 인식 확산에 ‘잘하는 일’도 피해”
경기도의회서 내년 운영예산 절반 삭감
다져놓은 글로벌 네트워크 무너질라 걱정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잘하고 있는 일까지 피해를 보니 일하는 입장에서 아쉽죠.”

지난 18일 찾은 경기도 판교에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공기는 4개월 전과 사뭇 달랐다. 활력은 한풀 꺾이고,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로비(왼쪽)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전경

센터에서 만난 한 직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유망 스타트업(신생 기업)이 뿌리를 내린 토양에 물을 준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확산되고 있는 혁신센터 ‘무용론’에 허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당장 내년도 예산이 ‘반토막’ 나면서 외풍에 눈과 귀를 닫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혁신센터에 대한 지원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던 경기도 의회는 내년도 운영 예산 15억원 가운데 절반인 7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세간의 눈총을 받으면서 센터의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뒤숭숭한 건 마찬가지다.

센터 내 강지순 바이시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외부에서 볼 때는 안 좋은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센터의 지원이 절실한 예비 창업자들이 많다”고 했다. 사물인터넷(IoT) 자전거 자물쇠를 만드는 바이시큐는, 아주대 학생들이 4개월 전 문을 연 스타트업이다. 학교 앞 카페를 전전하던 이들은, 경기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업무 공간은 물론 시제품 생산과 법률자문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가상현실 자전거 운동기구를 판매 중인 EC3의 김지혜 이사는 “내년 입주를 기대했던 주위 예비 창업자들이 ‘센터가 어떻게 되는 거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과거 해외에서 제품에 대한 문의가 몇 차례 들어왔지만 당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일화를 전하면서, 센터를 전담하는 기업(KT)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최순실 게이트 이후 센터의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의혹 어린 세간의 시선이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임덕래 경기혁신센터장은 “지난 2년여 간 센터의 체계가 많이 잡혔고 특히 글로벌 허브로서 네트워크가 다져진 상태”라며 “지금까지 해놓은 것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할텐데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센터 내 기업 1곳이 해외에 터를 잡았고, 5곳이 글로벌 수상과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4D 영상장비 제조업체 이에스엠연구소는 내년 1월 미국에 진출한다. IoT 보안 분야의 EYL은 보스턴 매스챌린지에서 최종우승했고, 울랄라랩과 네오팩트는 ITU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아토큐브와 쉘보드는 몽고, 인도네시아와 각각 수출ㆍ총판 계약을 맺었다.

기자가 센터를 찾은 18일에는 안드러스 안십 EU 유럽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럽에서 날아와 센터를 찾아 센터의 성과를 둘러보기도 했다.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의 관계자는 “지난달 말 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 17개 중 11개가 최종 선정돼 이달말부터 2~3개월 동안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4개국으로 파견될 예정”이라며 “파견 기업은 현지 액셀러레이터가 보육하는 다른 스타트업들과 함께 비즈니스 매칭, 마케팅활동 및 제품 현지화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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