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최후통첩’, 친박계 수용여부 따라 ‘제4지대ㆍ분당’ 향방 갈린다

-비박계 주도 비대위 구성 통한 당 해산이냐, 친박계의 버티기냐…정국 요동

-김 대표 선언은 ‘추가 협상 여지’ 없는 것이 강점이자 맹점, 상황 고착화 땐 추가 탈당 분수령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친박(親박근혜)계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자신의 ‘목’과 ‘꿈’을 내놓음으로써 상대방의 퇴로를 차단한 인고(忍苦)의 결단이다. 최악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더라도 자신들의 입지를 최대한 챙기려 했던 친박계는 난감한 모양새다. 김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출당 조치는 물론, 당 해산 후 재창당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축출’이다. 반면, 당권을 계속 지키려 한다면 국민의 지탄은 더욱 커질 테다. 26일 촛불집회와 탄핵정국 이후 분노한 비박계가 당을 뛰쳐나가 ‘제4지대’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박해묵 [email protected]]

김 전 대표는 2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 지도부의 즉시 사퇴를 핵심 요구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다. “비대위 구성은 현 지도부의 즉시 사퇴가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김 전 대표의 뜻이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친박계와의 추가 협의 또는 거래가 있을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서 친박계 지도부는 최경환 의원 등 계파 대표자급 중진의원을 모아 비대위 구성 방안 논의를 시도한 바 있다. ‘선(先) 지도부 사퇴로 친박계의 영향력을 차단한 후, 비대위 구성 및 재창당에 나서겠다’는 비박계의 주장과는 어긋난 형태다.

비상시국위원회 간사를 맡은 황영철 의원은 이에 대해 “이정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하되, 비대위원장을 우리가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뜻”이라며 “그래야만 당 쇄신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박계 나경원 의원 역시 “이른바 ‘진박’들이 (당 수습 방안을)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본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친박계 지도부의 즉시 사퇴 외에 다른 선택지는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 구성이 곧 박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와 당 해산으로 연결될 것을 고려하면 친박계도 마냥 끌려갈 수만은 없다. 정치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의 ‘배수진(背水陣)’을 계기로 제4지대 출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에 ‘분당(分黨) 하더라도 그 형태는 강성 쇄신파 일부의 탈당이어야만 하며, 시스템과 전통을 가진 본가의 안방만은 지켜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한 것을 고려하면, 오는 26일 촛불민심에 밀려서라도 비박계가 추가로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 선언의 강점이자 맹점은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친박계 지도부가 안면을 몰수하고 현 상태를 고수할 경우 비박계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탈당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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