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07년ㆍ2012년 대선마다 덮은 ‘박근혜ㆍ최태민 보고서’…내용 뭐길래

[헤럴드경제=유은수ㆍ고도예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최태민의 관계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 후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헤럴드경제가 23일 단독 입수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검증 요청 보고서의 서문 일부다. 이 보고서는 최순실 씨(60)에 대한 최초 의혹 제기의 기초 자료로 만들어졌지만, 작성자 임현규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되며 경선 과정에서 활용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 측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임 씨를 찾아와 자료 유출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시 예비후보)과 최태민ㆍ최순실 부녀 관련 최초 의혹 제기의 기초 자료가 된 후보 검층 요청 보고서를 23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최태민 씨의 사이비 행적, 구국여성 봉사단의 반강제적 조직ㆍ자금 동원, 최 씨 부녀의 육영재단 개입 정황 등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 검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작성자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경선 과정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의 정책특보였던 임현규씨가 언론 보도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기록한 약 50쪽 분량의 보고서는 최태민 씨의 사이비 행적, 구국여성봉사단의 반강제적 조직ㆍ자금 동원, 최 씨 부녀의 육영재단 개입 정황, 영남대 사학 비리, 성북동 자택 취득 경위 등을 거론하며 후보 검증을 요구했다.

특히 육영재단 의혹의 경우 ▷최순실 씨가 운영한 초이학원이 1985년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주최 그림그리기 대회에서 낮은 성적에 대해 항의한 뒤 회관 직원들의 대거 사직 ▷최 씨가 육영재단 잡지 ‘어깨동무’에 관여한 정황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낸 김창환 씨와 최태민 씨의 친척 관계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육영재단을 둘러싼 최태민ㆍ최순실 부녀의 개입 의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언론과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안이지만 당시로서는 공론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임 씨가 ‘김해호 목사 기자회견’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경선 과정에서 활용되지 못했다. 임 씨는 “혼자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김 씨가 구속된 직후 나도 검찰에 긴급 체포돼, 다른 관계자와 후보 검증위원회에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구속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최 씨 일가 의혹 제기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2심에서 형이 경감돼 풀려났을 땐 이미 2007년 대선이 끝난 뒤였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 경선에서의 갈등을 털어버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임 씨와 김 씨를 엄벌해야 한다며 굉장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 측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었던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해당 자료 유출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2012년 당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비서관이 나를 찾아와 최 씨 일가 관련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서를 넘긴 혐의(공무상기밀누설)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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