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수사] ‘최순실·박근혜’ 건드릴 때마다 명예훼손 돌아왔다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 ‘최태민’, ‘정윤회’, ‘7시간’

이 키워드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면 대통령의 답변 대신 명예훼손 고소장이 날아왔다. 물론 의혹 중에는 일방적인 비방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근거에 기초한 의혹제기까지 소송으로 대응해 사실검증 자체를 봉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제기될 당시 해당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고소했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해 김기춘(77) 당시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입수해 2014년 11월 보도했다. 문건에는 박 대통령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61) 씨가 ‘비선실세’로 정부 주요기관 인사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청와대는 곧바로 문건의 내용을 부인했다. 이어 이를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청와대는 돌연 소를 취하했고, 검찰은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이 사건 관련 청와대 문건들을 유출한 혐의로 조응천(53)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도 기소됐지만, 1ㆍ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박관천(49) 경정도 소위 ‘정윤회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목회자인 최모(45) 씨와 백모(41) 씨는 지난 2011년 ‘최순실과 육영재단’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씨등은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모은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았다. 이 책자에서는 ‘육영재단 최태민 목사 측근이 좌지우지?‘라는 제목으로 최순실 씨가 육영재단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형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었다. 또 박 대통령이 2002년 방북 당시 했던 발언을 문제삼아 김정일을 찬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이춘상 보좌관(2012년 교통사고로 사망)은 수사기관에 출석해 “최순실이 육영재단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허위사실이 담긴 글을 대량 제작해 배포했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내렸지만, 항소심은 “다소 거칠고 과장된 표현을 한 것에 불과한 바 허위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3년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49)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 제기를 했다가 소송을 당한 사례다. 그는 지난 2014년 8월 “박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이 당시 비서실장이던 정윤회 씨와 함께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기소됐다. 자칫 한일 간의 외교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도 컸지만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을 출국금지까지 하면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은 1년 2개월의 심리 끝에 지난해 12월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참석한 정윤회 씨등의 진술을 종합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과 정윤회가 함께 있었다’는 가토의 주장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사에서 풍문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은 점, 가토가 자국민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을 전하기 위해 보도한 점 등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허위사실로 사인(私人) 박근혜의 명예를 훼손했지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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