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순실의 ‘대권 전략’

만약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돈? 이미 챙길 만큼 챙겼다. 외동딸 정유라의 미래? 이미 이화여대에 들어갔고 승마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돈도 챙기고 딸도 챙기고 노후도 확실하게 챙길 방법은? 정권 재창출밖에 없다.

2017년 12월 대선 승리를 위한 이른바 최순실의 대권전략, 분명히 있었으리라고 본다. 근본도 없고 성질 고약한 일개 강남 아줌마에게 그럴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겠느냐고 반문하지 말길 바란다. 최순실은 이미 그럴만한 역량과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음이 언론을 통해 역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우선 성공사례가 있다. 최순실은 2012년 대선에서 자기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박 대통령 역시 그의 공로를 확실히 인정했기 때문에 취임식 당일부터 총리, 국정원장 등 온갖 인사파일을 그에게 넘겼다.

“저 사람(박대통령)은 아무것도 못해요. 아버지 때부터 마음하고 영혼까지 다 빼앗겼는데요!” 최순실은 박 대통령을 거의 100% 지배하고 움직일 수 있었으니 대권 전략 또한 최씨 몫이 아니겠는가? 대선뿐만 아니라 1998년 박 대통령이 처음 정계 입문할 때부터 돈 보따리 싸들고 가서 도왔으니 나름 선거전략에도 일가견이 있을 것이다. 19대, 20대 총선 공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지 않는가?

최순실이 2017년 대선에서 맨 먼저 눈독 들인다면 그것은 천문학적 액수의 대선 자금일 것이다. 최순실은 대학 2학년 때 아버지 최태민으로부터 박근혜를 처음 소개받은 이후 회계관리에서 능력을 보였고, 40여년 세월이 흐른 뒤엔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강제모금, 각종 회사설립 과정에서 ‘돈 만지는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조직인데, 그것도 걱정 없다. 그동안 청와대와 국회, 정부, 공공기관 곳곳에 심어놓은 인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대선 후보 선정이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아니라 반기문 총장이라고 본다. 만약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반기문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터졌다면?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다행히 일찍 터졌기 때문에 반 총장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 게다가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울수록 국외에 있는 반 총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결국, 반 총장은 겉으론 손해 같지만, 속으로는 이득이 더 많다. 다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자 비(非)정치인 대권 주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내공(정치력 뚝심)을 반 총장이 얼마나 갖추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최순실의 붕괴로 반기문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당초 개헌반대 입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개헌 찬성 쪽으로 급선회한 데에도 최순실의 역할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된다. 최순실의 입장에서 볼 때, 여당의 정권 재창출 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에 대한 권한을 최대한 축소해놓는 게 퇴임 대통령에게는 안전할 것이다. 국민에게 제왕적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명분도 주면서, 대통령과 자신의 노후 안전판도 마련할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했을 법하다. 김무성 전 대표도 최순실 사태로 실보다는 득이 더 많다. 자신을 그토록 싫어했던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힘이 현저하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최순실은 조선왕조 3대에 걸쳐 권력을 누렸던 한명회가 되고 싶었을까? ‘최명회’(최순실 한명회)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헛된 꿈이 깨져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그가 차기 대권에 깊숙이 개입하고, 그의 대권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17년 대한민국의 대선전략,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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