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기재부 직원들, 자기비하 말고 ‘견위수명’의 자세로 정책 집행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 혼란과 함께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기재부 간부들에게 자괴감이나 자기비하에 빠지지 말고 소신을 갖고 경제정책을 집행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를 연결한 화상 확대간부회를 통해 논어에 나오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견위수명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다는 뜻으로, 최근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 부총리가 기재부 확대간부회의가 연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다들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고 연말까지 기재부가 해야 할 과제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대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하지만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와 민생을 잘 보살펴 달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속도를 내 경제전망과 정책 방향성을 일찍 제시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동을 안심하고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과 해운 등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이나 지역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신기술ㆍ신산업 육성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일부에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벤처육성, 서비스산업발전방안, 창조경제 등을 특정인이 좌지우지했다는 오해도 있으나 이런 부분은 소신있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변화에 대응해 면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처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내년도 예산안과 여러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통과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그간 기재부는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일을 해온 것이지 특정정권이나 개인을 위해 일해온 것이 아니다”며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 비하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기재부가 중심”이라며 “어려운 때이지만 선배들은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은 바도 많았다”고 간부들의 분발을 독려했다.

유 부총리의 이러한 주문과 독려에도 불구하고 국정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기능이 사실상 멈춘데다 유 부총리도 경질된 상태여서 그의 발언에 무게를 싣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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