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커뮤니티 속으로…①]대학가 동맹휴업 확산, 이번 주말이 분수령

- 서울대ㆍ숙대 이미 결의, 동국대 부분 휴업

- 주말을 전후로 시립대ㆍ연세대ㆍ건국대 결정

- 총학생회 선거에 촛불 바람 불면 대규모 확산 가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논란 초기 대학가를 휩쓸었던 시국선언의 물결이 촛불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동맹휴업으로 변화할 조짐이다.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시국에 학업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이들의 외침은 이번주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의 바람을 타고 전 대학가로 퍼질 양상이다. 

[사진설명=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초기 시국선언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분위기를 달궜던 대학가가 이제 동맹휴업에 나섰다. 26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동맹휴업 확산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5일 숙명여대 동맹휴업을 알리는 포스터.]

지난 21일 전국 110여개 대학 총학생회 및 대학생 단체들이 모인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대학생동맹휴업제안! 대학생 총궐기 선포식’을 열고 25일 전국 각 지역에서 대학생총궐기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들은 25일 동맹휴업 후 각 캠퍼스 내 학내 집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 총궐기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동맹휴업의 성사를 알리는 목소리는 서울대와 숙명여대로부터 터져나왔다. 숙대는 아예 총투표를 통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25일 동맹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 18일부터 3일간 학내에서 동맹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학생 절반이 넘는 투표인원 4763명 중 91%인 4285명이 동맹휴업에 찬성했다. 자발적으로 동맹휴업에 참여할 학생들은 서명문을 작성하고 출결카드를 받아 당일 수업 강의실에 놓고 나오기로 했다. 숙대생들은 이날 오후 동맹휴업 선포식을 치른 뒤 대학생 총궐기가 있는 광화문까지 행진을 진행한다. 동국대는 같은날 부분 휴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지난 18일부터 동맹휴업을 발의하기 위한 학생 서명운동을 받아 오는 30일 동맹휴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동맹 휴업이 필요하다”는 330명의 학생들의 서명이 모였고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20일 의결됐다. 오는 24일 전체 학생 대표단 회의에서 재자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판단으로 숙대보다 다소 늦은 30일로 시기를 정했다.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동맹휴업 결정 배경에 대해 ”대학생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 측은 민주화를 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에 공문을 보내 교수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역시 “동맹휴업에 학생들을 강제로 참여하도록 할 순 없지만 이번주 안으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해 동맹휴업을 선포하면 원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외에 이번주 안에 동맹 휴업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대학들도 많다. 연세대와 건국대 총학생회 측은 “25일 열리는 학생총회에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동맹휴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총회에서 동맹휴업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다음주 중 실제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에 돌입할지 여부를 심각하게 숙고하고 있다”며 “동맹휴업을 결행한다면 파급력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설명=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초기 시국선언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분위기를 달궜던 대학가가 이제 동맹휴업에 나섰다. 26일 대규모 촛불집회가 동맹휴업 확산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0일 서울대 동맹휴업을 알리는 포스터.]

고려대 총학생회는 “25일 대학생 총궐기에 참여할 계획인데 그날 논술고사로 전체 휴강이어서 동맹 휴업이 의미가 없다”며 “28일 2000명 규모의 학생총회 소집해 퇴진운동 결의에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와 중앙대의 경우 현재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이어서 동맹휴업을 제안하고 이끌 새로운 학생회가 세워진 뒤 휴업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6일로 예정된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의 양상이 이들 대학의 동맹휴업 참가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서 동맹휴업이 연이어 결행되는 것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서울대 등 8개 대학이 미국과의 재협상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 철회를 요구하며 동맹휴업을 한지 8년 만이다. 학내 문제인 반값등록금 문제가 불거진 2011년에도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와 숙명여대가 동맹휴업을 추진했으나 투표율 저조로 무산된 바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맹휴업은 시민 불복종 운동의 전형적 형태로 위에서 시키는 일을 그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저항정신을 보여주는 형태”라며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교직원 등 기성세대들이 위에서 내려오는 부당한 지시를 고민없이 행하면서 벌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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