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힐러리 기소 않겠다”… ‘통합 행보’ vs ‘말바꾸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적들을 끌어안는 통합 행보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킨 것으로 풀이되지만, 기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말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기자들과 가진 회동에서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 재단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기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지만, 매우 강력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힐러리를 기소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분열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많은 것을 겪었고, 다른 많은 방식으로 상당히 고통을 겪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자신을 혹독하게 비판해왔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사진 아래)와 만남을 가졌다. 밋 롬니는 트럼프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의 캘리안 콘웨이 수석 고문도 이날 MSNBC 뉴스쇼 ‘모닝조’에 나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힐러리 기소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다른 공화당 의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하고 있는 많은 생각들 중에 대선 선거운동에서의 주장처럼 들리는 것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당선되면 특검을 실시해 힐러리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치 보복이 자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선인이 되고서부터는 표변해 당선 후 첫 연설에서 “이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한 데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했고, 힐러리에 대해서도 “아주 오랫동안 수많은 노력으로 미국을 위해 일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다른 정적들에 대해서도 통합 행보를 보여왔다. 공화당 내에서 자신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경선 라이벌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대법관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툴시 가바드 하원의원,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그룹 글로벌부동산부문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입각 여부를 타진해왔다.

일부 트럼프 지지세력들은 달라진 트럼프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보수 인터넷매체 브레이바트뉴스는 “트럼프가 약속을 깼다”라고 비판했고, 보수시민단체 ‘쥬디셜 워치’는 “워싱턴에서 통제불가한 부패의 물을 빼내겠다고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배신한 것”이라며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보수논객 앤 코울터도 “수사관들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제이슨 샤페즈 하원 정부감독ㆍ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공화당 일각에서도 힐러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의 말바꾸기는 다른 공약들에도 해당된다. 트럼프는 NYT 회동에서 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며 누그러진 모양새를 취했다. 테러 대응을 위해 물고문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했던 주장에 대해서도 “고문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 전에는 이민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오바마 케어 폐지 등 논쟁적인 공약 대해서도 일부 수정을 시사한 바 있다. NYT도 트럼프의 극단적인 공약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NYT 회동에서 백인 극우주의자들의 ‘알트라이트’(alt-right) 운동을 “격려하고 싶지 않다”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자신의 사업과 대통령직 간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윤리적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고 싶다고 했고, ‘족벌주의’ 논란이 일고 있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에 대해서는 공식 직책을 맏기지 않는 대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중재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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