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무책임한 방사청장

정말로 무책임했다. 국가 기관의 장이 국제적인 공식석상에서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장명진 방위사업청 청장 얘기다.

장 방사청장은 뒤늦게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국가 이익을 대변하고 정부의 논리를 설파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미국 측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무기력한 모습을 표출했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저자세를 감지한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국방부는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선출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주장하자 즉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 등을 공개하며 대응해왔다.

일본이나 독일 등 다른 미국의 우방국에 비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액면상으로는 적지만, GDP 대비 분담금 비율은 높다며 충분히 트럼프 측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때마침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액션포럼(AAF), 헤리티지재단 등이 잇따라 ‘주한미군 덕분에 미국 방위비가 절약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펴냈다.

트럼프 측도 당선 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앞서 제시한 논리에 맞춰 트럼프 측 설득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방사청장이 오히려 미국을 방문해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 발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민간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방사청 등이 공동 후원한 ‘한미 국방획득정책과 국제 안보환경’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 및 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집결한 자리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한 셈이다.

국방부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장 청장 발언이 알려진 직후인 2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참 어이없는 엇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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