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역사교과서를 탄핵한다” 불복종 운동 본격화…교육부 “제재조치”

-국정교과서 안쓰겠다는 교사, 안배우겠다는 학생, 안사겠다는 학부모

-조희연 등 진보교육감들, 교과서 배포 차단 등 실효성있는 방안 강구 중

-교육부 “집단 거부시 제재조치”…직무유기 고발 가능성도 제기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를 탄핵한다.”

정부가 오는 28일 예정대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역사학계와 교육계의 불복종 운동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조짐이다. 진보교육감들이 정부의 국정화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며 교과서 현장 배포 거부 등 세부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집단 거부행동이 나올 경우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에 맞서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국정화 제동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서울교육청은 국정화 시행에 협력하지 않겠다. 국정교과서 배포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대책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겠다”면서 국정교과서 검토본의 검토 과정 전면 거부를 거론했다. 서울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검토 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것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역사 국정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있고 나쁘게 말하면 ‘최순실 교과서’라고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자기 집안을 미화하기 위한 교과서를 만들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청연 인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성명을 내고 국정교과서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강원·세종·광주·전북 교육청은 별도의 역사 보조교재를 만드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24일 세종시에서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국정화 폐기 촉구에 대한 단계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정 교과서 현장 배포를 막을 구체적인 대응 카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9월 완료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신청 철회 ▷중학교 ‘역사’ 교과서 대금 지급 거부 ▷지역 교육청의 교과서 수령 거부 등의 방안이 꼽히지만 모두 실효성이 크지는 않다. 교과서는 각 학교에서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통해 신청하면 지역 교육청이 취합해 교과서공급소로 일괄 주문하고, 공급소는 출판사(지학사)에 신청해 배부받는 과정을 밟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우리 교육사에서 처음 맞는 사안이다. 일종의 교과서 탄핵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행정적으로 막기가 민감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며 “단위 학교마다 성격이 다르고 일선 교장과 교사들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교육감들이 풀어야 한다. 교육감들이 논의를 통해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불복종 운동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집단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검토본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 운동은 성급한 부분이 있다. 교과서 내용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라면서도 “교육부의 권한을 시ㆍ도교육청에 위임한 사무인데, 이를 거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위임된 권한과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직무유기로 보겠다는 의미다.

방은희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국정교과서로 안가르치겠다는 교사, 안배우겠다는 학생, 안사겠다는 학부모 등 각계각층의 불복종 운동이 이어질 것이다”면서 “집필진과 집필기준도 공개하지 못한 채 깜깜이로 만들어진 교과서를 교과서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28일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현장검토본을 전자책(e-Book) 형태로 공개한다. 12월23일까지 비공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위원들이 검토해 의견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내년 1월 중 최종본이 공개되며 2월까지 인쇄와 보급을 거쳐 3월 신학기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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