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러ㆍ베트남서 잇따라 뺨 맞은 아베…“국민세금으로 찬물 뒤집어썼다” 비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강력한 미일동맹과 장기집권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전선에 역풍이 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베트남 당국까지 잇따라 아베 총리와 진행하고 있던 협상을 결렬시키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 세금으로 해외순방에 가놓고선 찬물을 뒤집어썼다”라는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아베 총리가 국회에서 집중 심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일본 국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향방을 모색하고 아베 총리의 외교실책을 추궁하는 집중 심의를 실시한다. 특히 일본 국회 TPP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질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

논란은 지난 21일 트럼프 당선인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대통령 취임 첫날 TPP 탈퇴를 선언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전날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국가 정상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라는 정상선언을 채택한 바 있었다. 더구나 아베 총리가 트럼프의 동영상 공개 1시간 전 기자회견에서 “TPP는 미국을 빼놓고는 의미가 없다. 근본적인 이익 균형이 깨지게 된다”라고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찬물을 뒤집어썼다”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 총리에겐 최악의 시간이었다”라며 “아베 정권은 TPP 발효를 성장전략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했다. TPP는 ‘안보’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야말로 조기 발효를 주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관방장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을 플레이어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미일 FTA 재협상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응하지 않겠다”라고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평화협정 및 쿠릴 4개섬 영유권 협상도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23일 밤 일본과 영토분쟁 논란이 있는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과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 등 2개 섬에 자국 지대함 미사일을 설치했다. 아베 총리는 페루에서 진행된 APEC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관계를 과시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협상에 대해 “쉽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러시아가 경제 제재로 어려운 틈을 타 영토 반환 및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자 일각에서는 외교행보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베트남 국회가 원전 건술을 전면 중단하면서 일본의 원전 수출이 전면 취소됐다. 아베 총리의 원전 수출 사업은 인프라 수출사업 중에서도 유망한 사례로 꼽혀왔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여겼던 TPP와 인프라 수출 문제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해 비난을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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