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드러내는 ‘트럼프 노믹스’…한국기업 미국 M&A 늘까?

인건비 비싸 원가상승 압박 불구
아이폰 공장도 中 떠나 미국으로
국내기업 美 공장 설립·인수검토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든다. ‘미국 우선주위’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몰고온 세계 산업계의 지형 변화다.

값 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찾아 떠나며 생긴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현상이 ‘보호무역 시대의 부활’로 무너지자, 공장들이 생존을 위해 속속 세계 최대 소비지인 미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시아판은 중국 및 대만 업계 관계자를 인용, 아이폰을 실질적으로 제조하고 있는 홍하이그룹이 미국에 폭스콘 공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제조 공장으로 더 유명한 곳으로, 미국에서 아이폰을 직접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을 조립 양산하고 있는 폭스콘과 페가트론 두 곳에 미국 공장 설립 여부를 타진했고, 페가트론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거절했지만 폭스콘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아이폰의 생산 단가는 중국과 미국의 근로자 급여 차이와 생산성 차이 이상 상승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최소 대당 5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 이상 애플의 원가상승 압박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이폰의 최대 소비지인 미국에서 급격한 마진 하락, 또는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점유율 하락 등 애플에게는 고통스러운 결정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이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관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제조업 부활을 통해 위대한 미국 재건을 내걸었다. 미국에서는 제조업의 이탈로 지난 1997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제조업에서 5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8만2000개의 공장이 없어졌다. 이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떠났고, 이에 트럼프는 중국 수입 제품에 45%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그 타겟으로 아이폰을 직접 수 차례 거명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압박은 애플 뿐이 아니다. 대표적인 제조산업으로 고용효과와 후방효과가 큰 자동차 분야에서는 당선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트럼프는 인터넷을 통해 “빌 포드 포드 회장이 내게 전화해 켄터키주의 포드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 않고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포드는 계속 켄터키와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계획을 자신이 나서 직접 포기시켰다는 것이다.

당선 한달도 안되 본격화 되고 있는 미국 업체들의 ‘메이드 인 USA’ 바람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을 통한 삼각수출 물량까지 더하면 여전히 우리의 최고, 최대 수출처인 미국의 이 같은 바람을 한미FTA 같은 기존 시스템으로만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와 2차전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경우 미국 공장을 운영중이지만, 상당수 소비재 제품들은 여전히 국내 또는 동남아를 통한 수출 물량이 대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을 수록 미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공장을 만드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하만인터네셔널 및 현지 B2B 가전 업체를 인수했고, 세아제강도 미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인수했다.

최정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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