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①] “그동안 노력한 여권 신장, ‘여성대통령’ 탓에 퇴보할까 두려워”

-대통령 정치적 문제, ‘여성혐오’적 표현으로 비판 빈도 잦아

-NYT, “韓, 성평등 정도의 추가 하락 우려”

-朴 대통령측, ‘약한 여성’이라며 방어…‘여성 혐오’ 가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서울 강동구에 살고 있는 서모(31) 씨는 최근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던 어머니 김모(59) 씨에게서 ‘여성혐오’적인 의견을 듣곤 크게 놀랐다. 김 씨는 “미국 대선에서도 여성인 클린턴이 패하고 트럼프가 당선된 데는 한국에서 여성 지도자를 뽑아 잘못된 것을 미국인들이 본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2.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시민 자유 발언에 나선 60대 남성 A 씨는 “미스 박(미혼인 박 대통령을 지칭)은 더 이상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남성의 ‘미스 박’ 발언에 대해 많은 집회 참가자들이 항의했고, 잠시 후 주최 측은 사회자를 통해 “행사 시작 전 여성혐오 및 비하 관련 발언이 나오면 제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공식적으로 정정ㆍ사과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 속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오류에 대한 비판 대신 ‘여성 비하’적인 표현들이 무분별하게 나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현구 [email protected]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여성혐오’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학계 및 다수의 여성단체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ㆍ도의적 문제가 자칫 ‘여성혐오’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집회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피켓 등에 ‘닭X’ 등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 이외에도 성형외과 시술 의혹과 관련해 ‘강남 아줌마’, ‘성괴(성형괴물의 줄임말)’ 등의 여성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표현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도 지난 21일(현지 시각) “한국 여성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여성은 리더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일까봐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이미 성평등 지수가 낮은 한국에서 여성이 힘있는 자리에서 밀려날까 우려하는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은 여전히 사회에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것의 반증”이라며 “정치적 과오에 대한 평가 이외에 여성이란 점을 덧씌워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측이 ‘대통령’이란 공식 직책보단 여성임을 내세워 보호받으려 시도하며 논란 역시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지난 23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 논란에 대해 “여성 대통령이라 (성형 시술 여부 등은) 솔직히 물어볼 수 없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비슷한 문제는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고 발언한 대통령측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지난 15일 발언에서도 불거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은 약하고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하거나 배려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성차별적이고 성별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19일 촛불집회 발언에 나선 최이삭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정치활동이나 국정 수행을 봤을 때 진정한 여성대통령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여성학계의 중론”이라며 “박 대통령의 실정을 꼬집으며 여성을 비하하는 것과 박 대통령 측근이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모두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오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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