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대형화랑, 200억대 아트펀드 청산 위기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국내 대형 화랑 대표인 A씨가 국내 금융투자사와 손잡고 조성한 200억원대의 ‘아트펀드’가 수익률 저조로 청산위기에 놓였다. 24일 미술계와 법조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4일 개인회생을 신청했으나, 세차례 특별조사 기일이 변경됐다가 24일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의 청산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집회도 이날 열린다. 채권단에는 생명보험사, 은행,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개인투자자까지 30여명(단체)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 펀드의 규모와 가입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트펀드란 그림이나 조각 등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다만 미술품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바로 유동화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 자산을 담보로 대출채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이 채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채권의 수익률을 담보하고, 운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 미술품 투자를 결정권을 가진 갤러리나 대표자가 이런 대출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 통상적이다.

해당 아트펀드의 경우, 당시 각광 받았던 중국작가 그림을 매집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며 미술시장도 타격을 입자 수익률이 바닥을 면치 못했다. 더구나 중국작가에 대한 세계시장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수익률 회복도 요원한 상황이 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대출채권 상환 스케줄에 따라 대금이 지급돼야 하나, 작품이 잘 팔리지 않자 지급보증을 선 A씨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펀드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파산에 따른 청산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라며 “법원과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 기한 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하는 한편, 가능하다면 원금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아트펀드는 청산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이나 상황에 따라 연장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씨가 고의적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기 보다, 펀드가 파산에 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채권단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개시하면,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그에 따라 채권단도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아트펀드는 2000년대 초반 하나 둘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그닥 활성화되지 못하고 현재 해당 아트펀드만 남아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아트펀드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은 규모가 워낙 작은데다 거래시스템도 정비되지 않은 상황으로, 아트펀드는 시기상조”라며 “무리한 펀드 운영이 화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트펀드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현재 대출채권을 발행하는 현행 펀드의 구조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더 파인 아트 펀드’처럼 성공사례가 있는데 한국엔 아직 없다는 것은 펀드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성숙도의 문제”라며 “현물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대출채권을 발행하고, 수익률과 상관없이 만기가 도래해야만 엑시트 할 수 있는 현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A씨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올해 3년 만기가 도래하는 ‘아트펀드’의 만기 연장을 위해 6개월 전 개인회생 신청을 한 것”이라며 “펀드 만기를 3년 연장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하고, 그 전까지 작품을 다 팔아 상환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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