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수사] 검찰이 삼성물산 합병에 주목하는 이유, 대통령 제3자뇌물죄 고리 의심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0) 씨에 대한 거액 지원이 이 합병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결과 청와대-삼성-국민연금 간 모종의 커넥션이 밝혀지면 박 대통령과 삼성 측에 ‘뇌물죄’도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최순실 씨나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은 24일 오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참고인 조사해 재임시절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국민연금 전문위원들에 외압을 넣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배경을 놓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대가성이 입증되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23일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와 삼성 미래전략실 등을 압수수색해 각종 물증을 확보하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관리본부장을 불러 합병과정 관련 각종 의혹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결과 청와대가 삼성의 청탁을 받고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이 확인되면 박 대통령과 삼성은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으며 대가를 제3자인 최 씨에게 건넨 ‘제3자 뇌물죄’의 공동정범이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상하다는 의혹은 합병 성사 직후 계속 제기됐다. 지난 5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 윤종구)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삼성물산 측이 합병시 제시한 주식매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낸 가격조종소송 항소심에서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행보를 지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이뤄졌다. 정해진 합병비율이 총수일가에만 유리하고 삼성물산 측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지만, 합병안은 통과됐다. 특히 삼성물산 지분 10%를 소유한 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외국계 연금 등은 모두 반대했음에도 국민연금이 손해 볼 결정을 한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원은 우선 국민연금이 외부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판단으로 합병찬성을 결정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찬성을 결론내리면서 외부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건너뛰고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만 거쳤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업체가 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과 비슷한 시기 이뤄진 SK와 SK C&C 합병 때 외부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방향을 맡기는 등 대조적 행보를 보인데 주목했다.

법원은 또 합병 전후 국민연금의 주식매매 패턴을 문제삼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26일 합병결의일 전 2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팔았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낮춘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재판부는 “국민연금의 매도는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거나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같은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합병결의일 후 투자행태, 주총 의결권행사에 관한 방침결정과정 등에 비춰봤을 때 국민연금의 주식매도가 정당한 투자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서 법원 판결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주식가치의 상승여지 등을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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