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벌써 시작된 트럼프노믹스, 생존전략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은 내년 1월이지만 트럼프노믹스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시간으로 23일 공개된 취임초기 시행정책 설명 동영상 메시지는 트럼프노믹스가 실행 모드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공정한 양자협정으로 무역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거 공약을 재확인했다. 또 “셰일가스 및 석탄에 대한 환경 규제를 철폐해 새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 체류비자도 조사해 고용 위협 요인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외국인의 로비활동도 금지된다.

트럼프노믹스는 신자유주의, 신고립주의로 포장된 보호무역주의를 의미한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미국시장에 접근하는 우리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TPP의 발효가 투자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베트남 투자기업들 걱정이 커졌다. TPP 우산이 걷혀 버리면 미국 수출길이 좁아진다. 하지만 이건 작은 부분이다.

한미 FTA 재협상론으로 불거질 양자 협상 카드는 더욱 치명적이다. 그동안 미국은 대한 수입적자가 확대됐고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려왔다. 그럴만도 하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 수출 비중은 13%가 넘었고 대미 무역흑자만 258억달러다. 결국 한국의 복잡한 위생검역 및 정부조달 기준과 기술장벽, 과도한 원산지 검증제도, 지재권, 법률시장, 실효성 있는 미국 측 수출 보장 등 추가적인 개방요구가 나올 게 뻔하다.

트럼프노믹스의 영향은 수 개월이 아니라 수 년간 지속된다. 비관만 할 필요는 없지만 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무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감지해 협상이건 소송이건 적시에 대응할 민관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협정 불이행 상황을 점검해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공세적 카드도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의 통상 압력은 정치외교적으로 이뤄진다. 경제통상외교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도 시급하다. 기업들은 통상압력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시장 경쟁을 선도하는 제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설마했던 트럼프노믹스는 이제 현실이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사드 배치, 그리고 브렉시트까지 덮쳐 전세계 무역시장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에겐 거대한 쓰나미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운 무역질서에 적응해야만 한다. 위기대응이 아니라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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