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뒷거래 의혹 지나쳐“…국내 기관, 외국기관과 국내 상장사간 경영권 다툼시 상장사 손들어 줘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에 대해 뒷거래 의혹을 갖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증권전문가들은 “과거 전례를 감안할 때 뒷거래 의혹은 지나치다”며 투자이익과 안정성 등 종합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을 것이란 진단을 내려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 기관투자가가 국내 상장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국내 상장사와 경영권 다툼을 벌일 경우,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존속, 안정적인 경영, 성장성에 주목해 의결권을 행사해왔다“며 ”단 한번도 단기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 투자기관 편에 선 전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2003년 영국 소버린자산운용이 SK지분 14.99%를 사들여 1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진 교체를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나, 2006년 헤지펀드 칼 아이칸이 KT&G지분 6.59%를 매집한 뒤 인삼공사 기업공개, 부동산 매각 등을 요구하며 위임장 대결을 벌일 당시에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SK와 KT&G편에서 의결권을 행사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단기 투자수익보다는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중요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외국인투자자들을 규합, 삼성의 경영권에 도전했을 당시에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비슷한 판단을 내렸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삼성물산 지분 3%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투신운용 등 국내 10여개 기관투자가들도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당시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있다.

B증권사 임원은 ”삼성물산이 합병할 추진할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4.8%, 삼성물산 1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당시 주식평가액은 각각 1조2200억원, 1조18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연금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이 내려가는 구조여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방점을 뒀던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 15조 원어치를 포함해 삼성그룹 지분을 20조 여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었고,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물산 합병이 그룹 지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뒤 증시 안팎에서 조성됐던 여론도 투자판단에 한 몫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는 당시 ”투기성 외국자본과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투기자본의 힘을 빌릴 경우 국부 유출과 교각살우의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세계 벌처펀드의 공격을 유발 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당시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21곳이 합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대부분 합병안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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