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출동·靑 외곽경비·인사지연…경찰‘어찌하오리까’

국민은 평화로운 집회보장 요구
靑 외곽 경비임무 역할 딜레마
시국 혼란거듭 고위직 인사도 차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이어지고 엄중한 시국이 지속되면서 집회 관리와 청와대 외곽 경비를 맡은 경찰이 내우외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평화로운 집회를 보장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응하다 보니 현장 대응 경찰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청와대 내 혼란으로 새 지휘부 구성을 위한 인사도 지연되는 까닭이다.

경찰은 지난 23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이 낸 26일 집회 행진 계획에 대해 “주변 도로에 극심한 교통혼잡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많아 주최 측에 율곡로 이북으로의 집회와 행진에 대해 금지ㆍ제한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율곡로와 사직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차 행진 경로와 동서로 행진하는 다른 9개 경로 행진이 얽혀 극심한 교통혼잡을 일으키고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이유로 경찰은 1차 행진 경로에 대해 시민열린마당 앞까지만 허용하는 제한 통보를 하고 1차 행진과 함께 이뤄지는 청와대 인근 집회 장소 4곳에 대해서는 금지 통보했다. 교통 혼잡을 우려했다지만 결국 속내는 청와대 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얘기다.

법원이 “교통 유지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중요하다”며 여러차례 주최측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경찰이 청와대 인근의 행진에 조건통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는 “시민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가면 아예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 심히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매주 수십만~100만명 규모의 집회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경찰직원과 의경 기동대의 심신이 지쳐간다는 것도 경찰 수뇌부의 고민거리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촛불시위의 규모는 계속 커져도 이에 대응 가능한 경력은 3만명이 최대”라고 설명했다. 100만명이 서울 도심에 모인 지난 12일 집회에는 272개 중대 2만5000명이 동원됐다. 19일 집회에도 253개 중대 2만여명이 투입됐다. 부족한 인력에 각급 경찰 관서 내 내근 인력까지 현장 대응에 지원을 보내고 있는 실정.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은 통상 오전 9시에 투입돼 집회 인원이 완전 해산할 때까지 현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를 서야 한다. 식사마저 배달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소화불량과 몸살에 시달리는 대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집회와 달리 이번에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다음날에도 지역별 집회가 이어진다는 것. 경비 업무를 담당한 한 간부는 “11시까지 행진통제 하고 나도 마무리하면 1시가 넘고 일요일에도 장구류 정비하다보면 반나절 지나가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면서 “의경같은 경우 최대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아침 구보도 안 시킨다”고 전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거리에서 식사를 해결하며 상황관리에 여념이 없는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마움과 안쓰러움에 마음이 아프다”며 내근직의 일 4시간, 월 57시간 초과근무제한을 1일부터 소급해 해제하고 시민들이 차벽에 붙인 꽃 스티커를 굳이 떼내지 말라고 당부한 것 역시 이같은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다.

청와대가 내홍에 휩싸이면서 정부 인사인 경찰 고위직 인사가 지연되는 것 역시 고민 거리다. 이 청장은 “고위직 인사가 이맘때쯤 제대로 이뤄져야 그 아래 총경인사를 올해 안에 마치고 설 전에 경정이하 인사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 전에는 새 지위부가 서야 특별방범강화활동도 하고 젋은 경장, 경정 자녀 취학기에도 대비한다”며 “시국이 혼란스럽지만 일단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원호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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