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200만표 더 득표하고도 敗…美 재검표 논란 부상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부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녹색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유명 컴퓨터 공학자들이 23일(현지시간) 재검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같은 날, 미 선거전문 매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자관이 트럼프 당선인보다 200만 표 이상 더 많이 득표하고도 패배했다고 밝혔다.

미국 녹색당 대선후보였던 질 스타인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선거인단을 확보한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의 투표결과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표 추진을 위한 기금모금 페이지를 만들었다. 질 스타인 캠페인은 “최근 확인된 자료는 전자투표의 검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라며 기부를 독려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개인 이메일 계정들이 해킹당했다는 소식에 많은 미국인들이 개표의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다”라며 “2016년 대선전이 문제없이 치러졌는지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주의 재검표를 진행하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선 질 스타인 녹색당 대선후보 캠페인   [사진=2016질스타인 모금페이지]

모금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총 54만 5421 달러로 집계됐다.

컴퓨터 공학자들도 재검표를 클린턴 캠페인 측에 요청했다. 미시건 주립대 컴퓨터보안사회센터의 알렉스 할더만 박사 등 컴퓨터 과학자들은 전자투표기를 사용하는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3개 주에서 클린턴의 승률이 종이투표나 광학 스캐너를 사용하는 곳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자 투표를 실시한 곳의 평균 득표율이 다른 곳보다 7% 낮은 경향을 보였다면서 해킹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클린턴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286만 2852표(47.6%)를 득표해 293만 2862표(48.8%)를 득표한 트럼프에 패했다. 미시건에서는 아직 개표 중이지만 현재까지 클린턴은 226만 8839표(47.4%)를 차지했고, 트럼프는 227만 9543표(47.6%)를 얻었다. 위스콘신에서는 클린턴이 138만 2011표(47.0%), 트럼프가 140만 4536표(47.8%)를 확보했다. 아직 개표 중인 미시건에서 클린턴이 승리하더라도 선거인단 수는 248명에 그치지 때문에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 다만 해킹이 사실로 드러나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클린턴은 선거인단 과반인 278명을 확보하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선거 결과가 바뀌는 것은 0%에 가깝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우려한 바 있지만 선관위와 사이버 보안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선거에 결과를 해킹할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 역시 해킹 가능성을 “신빙성이 떨어진다“라며 일축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네이트 코헨 논설위원도 “종이투표를 실시한 아이오와 주에서도 클린턴의 득표수는 크게 떨어졌다”라며 해킹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밝혔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이와 같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충격에 빠진 미국 사회의 단면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슈피겔은 “클린턴 지지자들이 트럼프에 투표할 선거인단들을 회유하고 반(反)트럼프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라며 “지난 선거때 받은 충격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날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200만 표를 더 득표하고도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는 “승자독식 선거인단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법안개정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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