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과 통계]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 역직구데이 될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 2013년 겨울, 거리는 온통 파란색 다운재킷을 입은 이들로 가득했다. 캐나다의 한 의류업체에서 만든 구스다운재킷은 오리털 위주였던 국내 패딩시장에 거위털 열풍을 일으켰다. 풍부한 거위털 내장재로 보온 효과가 높았는데 그 자켓이 이슈였던 이유로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한 몫했다. 당시 ‘부모 등골을 빼먹는 패딩’이라는 뜻의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던 유명 아웃도어 제품보다 3배나 비쌌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에 나섰다. 병행수입으로 100만원에 팔리던 그 옷은 직구를 하면 70만원대에도 살 수 있었다. 직구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해외에 있는 배송대행업체에 회원가입을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직구족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 해외직구 바람에 불을 지폈던 것이 ‘블랙프라이데이’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전역에서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가 펼쳐지는 날로 바로 오늘이다. 일부 소매업체의 경우 이날 1년 매출의 70%가 이뤄진다고도 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최대 90%까지 큰 폭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날인데 왜 ‘검은 금요일’이란 명칭이 붙은 것일까? 유통업체들이 이 시즌에 대량 판매로 ‘흑자(黑字)’를 보는 날이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해외 쇼핑이 편리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관심 및 해외쇼핑몰을 통한 ‘해외직접구입(직구)’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시장 규모는 1조7014억원에 달했다. 반면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와 상품을 구매하는 ‘해외직접판매(역직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역직구 시장은 1조544억원으로 직구 장 규모의 70%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1분기부터는 직구시장 규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이달 2일 발표한 ‘3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판매 및 구매 동향’에 따르면 역직구의 직구 규모 능가 추세가 3분기까지 계속돼 올해 연간 역직구 시장 거래액도 직구 시장보다 높게 나올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전반적인 수출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역직구’가 새로운 수출방식으로 뜨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인 역직구족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분석이 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한국 소비자들의 열띤 쇼핑 참여는 온라인 상에서 수출과 수입의 균형 있는 조화라는 측면과 국경을 넘어서는 합리적인 소비 선택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만 환율 등의 급변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고 배송 지연과 누락 등의 문제점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현명한 소비 패턴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규남 통계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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