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민주화운동 대부 인명진 목사 “청년들아 절망하지 말라…‘거룩한 분노’로 희망을 틔워라”

노동·민주화운동 대부 인명진 목사가 ‘2016년 대한민국’ 청년에 띄운 편지

<인명진 목사는 눈물과 땀으로 점철된 지난 생(生)을 말할 때도,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양과 개헌을 주장할 때도 “젊은이들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거듭해서 되뇌었다.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던 어른으로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 그 반성과 안타까움의 근간에 깔렸다. 인 목사 인터뷰 중 나온 답변 일부를 청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재구성해봤다.>

‘이 감옥의 문이 열리겠는가’, ‘내 생전에 군사 독재가 끝나겠는가’. 노동과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잡혀 들어간 감옥에서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희망은 없어보였습니다. 그 굳세보이던 감옥의 문이, 마침내 열렸을 때 나는 울었습니다. 이 낯선 늙은이가 광장에 나온 젊은이들에게 ‘절대로 절망하면 안 된다’고 간절히 외치는 이유입니다.

세상 여기저기에서 ‘흙수저’, ‘금수저’라는 자조섞인 농담이 들립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돈도 실력’이라는 말에 분노하고 눈물짓는 청년도 봤습니다. 그러나 나는 확신합니다. 지금 당신이 힘들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의 스펙이 부족하고, 당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가난해서가 아님을 나는 크게 외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의 문제이자 정의의 문제입니다. 이것을 고쳐야 합니다. 지금 자신을 광장으로 이끈 ‘거룩한 분노’를 희망으로 바꿔 ‘왜 세상이 정의롭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세요. ‘네가 못나서, 스펙이 모자라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능력이 없어서 힘든 것’이라는 기득권의 ‘마취의 주술’에 속지 마세요.

우리 함께 분노하고, 함께 해결합시다. 그래서 지금의 절망을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바꿉시다.

마지막으로, 지난 세월 이 땅에 정의를 세우지 못해 미안합니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세우지 못해 미안합니다. 6ㆍ29 선언을 할 적에 그저 ‘정치인들이 잘하겠거니’하는 생각에 모든 권한을 덜컥 넘겨준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말하는 그대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이슬기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