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가로막힌 LGㆍ삼성 ‘패닉’…허탈함에 “울고싶어라”

中 정부, 배터리 인증 기준 급 강화 추진…중국發 불확실성에 당혹

악재에 LG화학ㆍ삼성SDI 주가 급락…SK이노베이션도 中 진출 재검토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차라리 나을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중국 정부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패닉에 빠졌다. 제5차 모범 인증을 받기 위해 오매불망 준비하고 기다려온 업체들에게 갑작스레 강화된 새로운 인증 기준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배터리 굴기(崛起ㆍ중국 패권주의)’에 나선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몽니를 부린다는 분석이 중론(衆論)으로 자리잡는 가운데, 만약 국내 업체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새 기준을 맞춘다 해도 그때가서 또 다른 꼼수가 나올수 있어 LG화학과 삼성SDI 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전기차 배터리 업체 모범 인증 기준의 개정안을 내놨다. 핵심은 리튬이온 전지 생산기업의 중국 내 연간 생산능력을 8기가와트시(GWh)로 상향조정한 것이다. 종전 0.2기가와트시(GWh)에서 무려 40배를 높인 것이다.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 내 합작법인 공장은 약 2~3기가와트시(GWh)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있다. 두 회사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공장을 3~4배 가까이 증설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업체는 중국 내에서도 비야디(BYD) 등 1~2곳에 불과하다.

업체들은 허탈함과 충격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여태까지 중국 정부의 행태를 보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공장을 늘린다 해도 그때가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중국 공장을 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그대로 간다면 당장 중국 업체 몇 곳만 배터리를 공급하라는 건데 그렇게는 중국 완성차 업체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일단 지금까지도 인증과 무관하게 보조금은 계속 지급되고 있고 개정안에 인증과 보조금 연계 조항이 삭제된 만큼 향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중국 정부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두 회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을 증설해 기준을 맞추고 나면 중국 정부가 인증과 보조금을 전격적으로 연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악재에 두 회사의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중국 당국이 전기차 배터리 인증기준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6.40%, 3.94%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한편, 후발주자로 중국 내 합작 공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은 일단 손을 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발을 담근’ LG화학과 삼성SDI에 비해 상황은 차라리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진출 검토를 당장 백지화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관망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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