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장 대기업 합병이 뇌물이나 압력으로 될 일인가

최순실 게이트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을 튀기고 있다. 거의 나비효과라고 해야 할 정도다.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그 대표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해 찬성표를 던지게 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삼성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 역시 3세 승계를 위한 과정에서 오너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을 달성하기 위한 ‘뇌물’이라는 의혹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뇌물 의혹은 그 자체가 성립이 곤란하다. 우선 일정이 그렇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것은 지난해 7월 17일이고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만난 시점은 지난해 7월24~25일이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것은 7월10일이다. 원하는 것 다 얻고 나서 뇌물성 출연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수사는 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왜 찬성했느냐로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더 황당하다.

지난해 두 회사 이사회가 각각 합병을 결의한 5월 이후 7월 초까지 국내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21곳이 “합병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긍정’ 의견을 냈다. 중요한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라는 지배구조 차원과 함께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사업적 필요성 때문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오히려 제때 합병이 되지 않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합병이 무산됐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금 거의 폭락수준이다.

지난해 7월 합병 주총에서 찬성 69.53%로 합병이 통과됐다. 반대는 30.47%였다. 57곳의 국내외 기관투자가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곳은 53곳이며 반대 의사를 나타낸 곳은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외국 기관 4곳에 불과했다. 반대 진영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7.12%)과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일성신약(2.37%) 정도였다. 표결에 출석해 찬성 69.53%로 합병이 통과된 것을 역으로 계산하면 출석한 55%의 소액주주 84%가 찬성한 것이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들도 80% 정도가 표결해 3분의 1이 찬성 의사를 밝힌 셈이다. 찬성이 중론인데 국민연금보고 왜 찬성했느냐를 따지는 꼴이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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