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경제정책 헤드쿼터까지 ‘강타’……기재부 압수수색, 대내외 정책신뢰도 중대 위기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파장이 경제정책의 헤드쿼터인 기획재정부까지 엄습하면서 대내외 정책 신뢰도가 중대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가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나고 국민연금의 삼성그룹 합병 찬성ㆍ스포츠산업 활성화ㆍ면세점 선정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에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재부 출신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상목 현 차관에 이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기재부의 전현직 장차관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파장이 어디까지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재부 직원들은 선배ㆍ상사가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24일에는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 세제실 관세제도과가 전격적인 압수수색까지 당하자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책이 자신도 모르는 ‘사적 관계’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회의감을 표출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스스로 자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재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전인 2006년 8월 재정경제부 시절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 등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인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당시는 압수수색이 아니라 사전동의를 받은 임의 자료제출 형식이었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재부가 탄생한 이후 이번이 첫 압수수색이었다.

기재부는 경제부처는 물론 교육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사회관련 부처의 이슈까지 조율하면서 경제정책과 개혁 정책을 마련하는 정책사령탑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타부처와 정책조율이 제대로 이뤄질지 매우 의심스런 상황이다.

기재부 안팎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이외에 박근혜 정부가 투자확대를 위해 추진한 각종 규제완화나 ‘투자대기 프로젝트’도 사실상 대기업들의 민원과 관련돼 있어 얼마든지 의혹의 시선을 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프리존 정책도 최순실 측근이 관여한 창조경제센터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며 관련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철도망 확대를 비롯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나 노동개혁도 대기업의 민원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경제정책이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외환보유고 확충,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으로 버텨왔던 대외신뢰도에도 금이 가게 됐다. 경제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초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그동안 기재부는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일해온 것이지 특정정권이나 개인을 위해 일해온 것이 아니다”며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비하를 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때이지만 기재부의 찬란한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힘겹게 쌓아온 전통과 자부심이 최순실 사태로 무참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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