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사실상 ‘OUT’…교육부의 ‘반기’ 이유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지난 1년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던 교육부가 검토본 공개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뒤로 물러섰다. “현장의 선택을 받겠다”는 입장인데, 사실상 철회를 의미다. 단일화는 끝났다.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부는 그동안 질 좋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왔다”며 “예정대로 공개는 하고, 그 내용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학교 교육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단일 교과서가 아닌 다른 방법도 강구할 수 있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이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역사교과서의 내용에 대해서 국민이 판단해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애매하게 질문을 피해갔지만 1년간 끌고 왔던 단일화 정책 의지를 꺾은 모습이다.

교육부의 사실상 단일화 포기 선언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교육부로부터 내용을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예정대로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강경한입장이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뒀던 사업인 것을 감안하면 교육부의 정책 선회는 사실상 청와대에 대한 ‘반기’나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강력한 단일화 드라이브에 제동은 건 것은 매서운 여론의 반대 목소리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학계와 교육계의 강한 저항 속에서 국정교과서 개발을 시작했다. ‘복면 집필진’ ‘깜깜이 집필기준’ 등의 비난에도 귀를 닫고 꿋꿋이 단일화를 추진했다.하지만 예상치못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더이상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행 역사교과서를 두고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고 했던 과거 언급도 국민적 저항을 다시 폭발시켰다.

여기에 국정교과서를 지지했던 보수단체인 한국교총마저 돌아서고 교육현장을 이끄는 시도교육감들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전국적으로 불복종 운동이 확대되면서 교육부로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한때 현장검토본 공개 보류 등 온도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일단 검토본은 공개하기로 했다. 교과서 내용만큼은 자신감을 보인 교육부가 소비자인 학교현장의 객관적인 선택을 받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일부 시범학교 우선 적용 ▷국정과 검·인정 교과서 혼용 방안 등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두가지 대안 모두 단일화 포기를 의미한다. 현장에서는 1년 연기 후 각 출판사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는 검정교과서를 개발해 선택,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는 “2017년까지는 기존의 검정교과서를 그대로 쓰고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역사 과목도 2018년 새로운 교과서를 개발해 현장에 보급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오후 1시20분 이준식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대국민 담화를 할 예정이다. 같은 시각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현장검토본이 전자책(e-book) 형태로 게재돼 전 국민이 열람하고 의견을 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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