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경제학 ①] [르포] “핫팩 완판, 민주주의도 완판”…광화문 주말상권 웃는다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촛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매출’이 남았다. 대표적인 ‘주중 상권’으로 꼽히는 광화문과 시청앞 시내 상권은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토요일이면 카페와 편의점, 숙박업소, 식당 등 너나할 것 없이 매출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비폭력 촛불시위’라는 콘셉트에 맞게 소비자들은 질서정연하게 편의점과 카페를 이용하며 촛불시위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모였기 때문인지, 서울시내를 거점으로 이곳저곳에 다니며 영업하는 푸드트럭과 노점상들도 매주 토요일이면 시청과 광화문을 찾는다.

많은 시민들이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에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email protected]]

26일 민중총궐기 운영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20만명(2차, 주최측 추산)에 그쳤던 촛불집회 참여 시민수는 12일 100만명(3차, 주최측 추산), 19일 74만명(4차, 오프라인 방문객 분석 업체 집계)에 달했다. 11월 한달에만 200만명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서울 시청앞광장과 광화문으로 나왔다.

시청 인근의 카페에도 많은 손님들이 들어왔다. [사진=김성우 [email protected]]

이런 가운데 인근 유통업체들은 모처럼의 특수를 누렸다. GS25는 지난 12일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결과 전년 같은날보다 매출이 2~3배가량 올랐다고 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7.5% 늘었다고 했다.

이번 26일 집회에는 지방에서 공식적인 촛불집회가 열리지 않아 많은 국민이 서울로 집결하는 가운데, 인근 점포들의 매출도 크게 인상할 것으로 유통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시청과 광화문 인근의 노점상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성우 [email protected]]

▶직접 찾은 광화문 광장 …‘핫팩’과 ‘촛불’은 매진, 따뜻한 음료도 없어=19일 오후 4시께 직접 찾은 시청앞 광장에서는 많은 카페와 편의점이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던킨도너츠나 스타벅스 등 매장에는 촛불 집회를 위해 박차고 나온 시민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앉을 자리가 부족해 매장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음료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커피를 주문하면서 만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너무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며 땀방울을 흘렸다. 이 직원은 “평소같으면 주말 근무는 꿀근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손님이 없는 편인데, 평일 낮 직장인들이 많이 방문할 때보다 3배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매장에는 2명의 직원이 근무했는데,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번갈아 반복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신 머물고간 자리는 시민들이 청소했다. 직원들이 매장을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시민들이 앉았던 테이블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갔다.

시청과 광화문 인근의 노점상들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성우 [email protected]]

편의점에서도 질서정연한 모습은 이어졌다. 시청 프레스센터 인근에 위치한 한 4~5평 면적의 편의점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해첫날 정동진이나, 보신각 인근의 북적이는 편의점이 아니었다.

이날 추운 날씨 탓인지 이 매장에 있는 핫팩이 동났다. 따뜻한 음료도 채우자마자 모두 판매되면서 많은 사람이 광장을 찾은 것을 실감나게 했다.

▶노점상과 푸드트럭도 ‘대박’… 바가지상술에 눈살 찌푸리기도=26일 많은 인파가 모인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에는 노점상과 푸드트럭도 많이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일 촛불집회 때도 노점상들은 테이블을 설치하고, 주류와 함께 이온음료, 생수와 같은 음료, 닭꼬치와 핫도그를 판매했다. 푸드트럭들도 아메리카노, 생과일주스와 같은 카페 메뉴, 그리고 족발과 순대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매했다. 이들 매장은 대부분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 노점에는 최소 2명, 많게는 4~5명의 직원들이 서서 근무해야만 했다.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모습. [사진=유오상 [email protected]]

이날 노점상들은 ‘담합’이라도 한 듯 소주는 5000원, 이온음료는 3000원, 생수(500ml) 2000원, 닭꼬치와 핫도그는 각각 3000원과 2000원에 판매했다.

집회에 나왔다 노점에서 생수를 구입한 이영돈(27ㆍ서울 용산구) 씨는 “솔직히 생수가 이렇게 비쌀줄 몰랐다”면서 “카페가 가득차고 편의점에도 사람이 많으니까 노점 음식을 사먹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쳐다도 안봤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시민 김모(26ㆍ서울 동대문구) 씨도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나왔지, 닭꼬치 냄새 맡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며 “먹고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집회를 이용하는 것을 보니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날 자정을 넘어 20일 새벽까지 진행된 (비공식 집회 포함) 집회는 인근 유통업계도 웃게 만들었다. 많은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먹고, 핫팩을 나누며 추위를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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