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최순실 사태 한 달…붕괴된 국가 실종된 민생

2016년 병신년 한 해도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송년회 일정을 잡아가며 서서히 연말 분위기를 내야 할 즈음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 해를 정리하는 여유 자체가 사치로 여겨질 정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우리네 일상과 사고는 개인을 대신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삶으로 가득차 있어서다.

오늘은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서 박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과 국정 자료를 발견한 첫 보도가 이뤄진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지난 한 달 사이 달라진 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매일 새롭게 드러나는 비선들의 전횡에 분노하는 것도 이제는 식상하고 지칠 정도다.

모두가 국정의 공백과 정치시스템의 붕괴로 나라의 명운을 걱정하며 일제히 정치권과 청와대를 주시하는 시점에서 잠시 시선을 우리네 일상으로 옮겨봤다.

하루하루 생계를 챙기기도 버거운 팍팍한 일상에서도 개인의 삶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광장을 찾는 국민들이 안쓰럽고 위태로워보여서다.

예상대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최순실 사태로 혼란의 시기를 보내는 사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저금리 시대와의 결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100.2%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중 금리는 이미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가계부채가 1300조 돌파를 목적에 둘 정도로 부풀어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당장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수주절벽에 시달리는 조선업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업종에서는 대규모 희망퇴직과 감원이 잇따르며 차디찬 한겨울 거리로 실직자들을 쏟아내고 있다.

청탁금지법과 어수선한 정국으로 손님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들린다.

수출이 두 달 연속 줄었다는 암울한 소식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최순실 사태로 대중의 관심과 기억 속에 자리 잡지 못한다.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부진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국에 가계부채와 구조조정의 쌍두마차인 기획재정부장관과 금융위원장은 기약 없이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며 의사결정의 공백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돌아선 민심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대통령과 당리당략에 따라 셈법한 분주한 정치권. 이런 정국이 내년까지도 계속 이어질 수있다는 우려가 실제 현실로 변해가는 절망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위태롭다.

마땅히 국민들 개개인의 삶을 챙기고 돌봐야 할 국가가 도리어 국민들로 하여금 상계를 내려놓으면서까지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도록 광장으로 불러모으는 역설적인 상황.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하루빨리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훗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사이 망가진 개인의 일상에 대한 보상을 이 나라가 제대로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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