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창의적인 거짓말, 나쁜 거짓말

최근 뉴스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사람들의 거짓말을 접할 때마다 필자는 울컥 치미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여러 번 반복해야만 했다.

대한민국의 사회지도층들이 사기꾼의 전형적인 속임수를 이토록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현실이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 타고난 거짓말쟁이처럼 다음 날이면 밝혀질 거짓말을 태연하게 내뱉고, 증거자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변명을 일삼고, 진실을 왜곡, 은폐하는 추한 모습에서 인간성에 대한 환멸마저 느껴진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짓말의 딜레마’의 저자인 독일의 심리학자 클라우디아 마이어는 평균적으로 인간은 하루에 10~200회 정도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의 이유와 방법도 다양하다.

거짓 미소, 거짓 사랑, 거짓 위로, 거짓 행복, 거짓 변명, 거짓 맹세 등등, 예를 들면 여성이 남성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몸무게와 나이를 속이거나 쇼핑에 관한 것들이며, 남자는 허풍이나 과시에 관한 거짓말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즉 대부분 사소하거나 가벼운, 선한 거짓말이다. 클라우디아 마이어는 이런 작은 거짓말들이 “삶과 인간 존재의 일부이며, 진화의 원동력, 생존 전략이자 일종의 사회적 윤활제‘ 이기 때문에 크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말한다. 놀랍게도 예술가들은 일반인보다 더 자주, 더 큰 거짓말을 한다. 바로 창의적인 거짓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이 낳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은 생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예술이란 원래 사기다. 속이고 속는 거다. 예술가는 사기꾼의 사기꾼, 즉 고등사기꾼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칫 예술에 문외한인 보통사람들에게 난해한 현대예술로 사기를 친다는 말인가? 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세계미술사에 오른 거장다운 재치가 엿보이는 반어적 표현이다.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 즉 허구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창의적인 예술가일수록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뒤섞는 능력이 탁월하다.

백남준 어록의 숨은 뜻인즉, 무릇 예술가란 꾸며낸 이야기도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최고의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술가들이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로 거짓을 활용한다면 국정농단의 거짓말쟁이들은 거짓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진실을 이용한다. 약간의 참말과 수많은 거짓말을 뒤섞어 어디까지가 참말이고 거짓말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들의 거짓말들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파괴하고, 삶의 가치관을 흔들고, 정의와 상식을 배반하는 나쁜 거짓말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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