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기준, 누군가 ‘멋대로’ 바꿔…파문

[헤럴드경제]교육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도 검정용 집필기준을 그대로 쓰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25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집필기준)이 지난해 9월 만들어진 2015 교육과정의 한국사 집필기준과도 많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5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집필기준은 연구진이 ‘검정체제’를 전제로 만든 것으로, 이후 교육부가 역사 과목을 국정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해 큰 파문이 일었다. 교육부는 국정화 고시 발표 전 검정용 집필기준을 쓰겠다고 했으나 원안에는 없던 용어까지 등장했다. ‘누군가’ 연구진의 집필기준을 마음대로 수정한 것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은 2015 교육과정 집필기준을 토대로 만들었다. 지난해 2015 교육과정 집필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교육부가 연구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고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당시 강석화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연구진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은 여기서 또 달라졌다. 수정된 부분은 현대사에 집중돼 있다. 먼저 원안에는 없는 ‘외교적 독립투쟁’이라는 용어가 들어갔다. 일제강점기를 서술하면서 “일제에 저항하여 무장 독립투쟁, 외교적 독립투쟁 등 다양한 민족운동이 전개되었고 여러 주체가 참여하여 일제와 싸우면서 광복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강조해 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서술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독립운동 중 ‘외교적 독립투쟁’이라는 개념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독립운동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까지 투입해 무장 독립운동과 유사할 정도의 비중으로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의 배경과 역사적 의미에 유의한다”는 내용도 신설됐다. 뉴라이트가 이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강조한 부분이다.

“민주화운동은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서 국민들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유의한다”는 대목도 있다. 2015 집필기준에는 “민주화운동은 국민 스스로의 자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지한다”고 나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로 민주화도 가능해졌다는 뉴라이트의 논리가 녹아 있다.

‘아버지의 업적’을 강조하는 비중은 노골적으로 늘어났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 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한다” “대한민국의 전후 복구와 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 자유 진영의 협력이 있었음에 유의한다”가 대표적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만든 편수용어까지 어긴 사실도 확인됐다. 교육부 편수용어에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돼 있으나 이번 편찬기준에는 “북한정권”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교육부는 누가 편찬기준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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