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드푸드쉐이크쉑히게문화착즙주스

고급 패스트푸드 대변하는 ‘듀드푸드’

탄산수등 건강음료·웰빙도시락 등장

여유있는 삶 ‘히게’문화와 맞닿아

명품도 렌털로 소유개념 바꾼 ‘우버화’

유통업계 트렌드 반영한 표지석

영국 최대의 사전 제작업체 콜린스는 매해 연말이면 한해동안 주목받은 단어들을 꼽아 ‘올해의 신조어’를 선정한다. 정치와 경제 용어들, 그리고 최근의 소비트렌드가 반영된 다양한 사회이슈들이 새로운 용어로 정리된다. 특히 콜린스는 직접 10여개의 단어를 뽑아 네티즌들에게 공개투표도 요청한다. 이를통해 올해의 최고의 신조어를 선택한다. 올해는 영국의 유럽연맹 탈퇴로 생겨난 용어인 브렉시트(Brexist)가 최고 으뜸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신조어로 뽑힌 10개의 단어 중에는 유통업계 이슈와 연관된 히게(Hygge)와 듀드푸드(Dude food), 우버화(Uberization) 등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콜린스에 따르면 히게는 ‘웰빙라이프(여유있는 삶)’를 뜻하는 덴마크어다. 최근 북유럽 식단이 해외 곳곳에 소개되면서 히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이 됐다. 반대로 듀드푸드는 정크푸드를 뜻한다. 이중에서도 2030 젊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고칼로리의 정크푸드다. 우버화는 최근 공유경제를 통한 웹 애플리케이션 인기현상을 다룬 사회현상이다. 인기 자동차 공유경제 플래폼 서비스인 우버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런 용어들은 현재 유통업계 트렌드를 반영해주는 좋은 표지석이 된다. 영국에서 선정한 영어로 된 신조어들이지만, 이들 신조어가 설명하는 바와 가까운 사회현상이 한국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회현상을 노린아이템들이 한국 소비시장에서도 새로운 무기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히게(Hygge) 문화, 착즙주스와 탄산수 열풍=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한국사회지만, 한국 소비시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여유와 건강을 선호하는 다양한 식품들이 등장했다. 여유있는 삶을 지향하는 히게문화와 맥락이 닿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착즙주스와 탄산수다. 기존 식품에서 당분이 빠진 이들 제품은 건강식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시장이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착즙주스 시장 규모는 2013년 196억원에서 2014년 234억원, 2015년 274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랬던 시장규모가 올해는 수천억원대로 성장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기존 탄산음료에서 당분을 쏙 빼고, 탄산음료의 청량감만을 남긴 탄산수 시장도 거듭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탄산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탄산수 시장 규모는 약 800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아울러 편의점에서는 다른 웰빙식품인 웰빙 도시락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식품분야에만 국한돼 있다. 연간 업무시간 세계3위, 한해 2112시간을 일하며 1년의 70%를 일하는 데 사용하는 한국인들에겐 조금 아쉽다. 건강한 음식만 먹는다고, 삶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실제의 여유를 제공하는 확실한 히게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제버거 붐, 고급화된 정크푸드 시장 탄생=국내에서도 듀드 푸드의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200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사라졌던 수제버거가 패스트푸드 업계에 등장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794억원 규모에 그쳤던 수제버거 시장은 지난해 말에는 1489억원으로 확 불어났다.

롯데리아는 아재(AtoZ)버거를 출시하며 수제버거 시장에 동참했다.
[사진제공=롯데리아]

지난해 맥도날드가 프리미엄 버거인 시그니처버거를 선보이더니, 올해 중순들어 경쟁사인 롯데리아가 아재(AtoZ)버거를 출시했다. SPC그룹이 지난 7월 강남대로변에 론칭한 미국햄버거 체인 ‘쉐이크쉑’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쉐이크쉑은 없어서 못팔 지경이다. 식사시간에 쉐이크쉑을 먹기위해 매장을 방문하면 최소 30~40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출시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소셜미디어(SNS)에는 쉐이크쉑 인증샷이 올라온다.

▶국내도 뜨거운 우버화, 소유 개념을 바꾸다=우버화 현상은 국내에선 시장 규모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처음 우버가 시작한 미국에서는 자동차 택시서비스(우버)나 가정집을 여행숙소(에어비엔비)로, 또는 사무실을 공유(위워크)하는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제법 부피가 크고 비싼 상품들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부피가 작지만 사용빈도도 그만큼 적은 상품들이 우버화 대상이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7월 문을 연 패션 렌털 매장 ‘살롱 드 샬롯(Salon de Charlotte)
[사진제공=롯데백화점]

기껏해야 의상이나 만화책 정도를 빌려서 입고 쓰던 한국 소비시장은 최근 공유경제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명품과 제수용기까지 렌털 대상이 된다.

최근 SK플래닛은 브랜드 의류ㆍ잡화를 빌려주는 서비스인 ‘프로젝트 앤’을 론칭했다. 다양한 명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젊은 주부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7월 패션 렌털 매장인 ‘살롱 드 샬롯(Salon de Charlotte)’을 열었다. 살롱 드 샬롯은 드레스, 정장, 주얼리 등 자주 착용하진 않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주는 한국형 패션 렌털 매장이다. 살롱 드 샬롯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는 주중에는 30명, 주말에는 50명 수준. 롯데 관계자는 “예상보다 120% 이상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향후 제품을 더 추가하면 반응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병풍과 놋그릇, 나무로 된 제기까지 대여하는 업체들도 명절만 되면 주문이 밀려와 쉴틈이 없다. 한 제수용품 대여업체 관계자는 “제수용품이 1년에 많아야 네 번에서 다섯 번, 적게는 한두 번만 사용하는데 굳이 구입하고 보관하려면 부담”이라며 “최근 우리 업체에 문의를 주시는 일반 가정이 많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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