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사실상 비박 뜻대로” 與 내홍 새 국면, ‘축출’ 공포 앞 친박 대응이 관건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 중진이 모인 6인 협의체(친박 원유철ㆍ정우택ㆍ홍문종, 비박 김재경ㆍ나경원ㆍ주호영 의원)에서 사실상 비박계에 전권을 위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합의됐다.


그러나 암초는 남아있다. 비박계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부역자 명단공개’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친박계 축출 의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핵심 세력이 해당안 수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 분노한 비박계의 집단 탈당이 전망되는 지점이다. 분당(分黨)이냐 봉합이냐, 공은 다시 이 대표에게 넘어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비주류가 추천하는 세 명 중 한 명을 협의체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합의하고, 의원총회서 추인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브리핑에 나선 주호영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전권을 갖는다”며 “30일까지 후보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상 최고위원회 추인을 거쳐야만 비대위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의총에서 비박계 추천 인사가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되더라도, 이 대표가 최고위 소집 및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 모든 논의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의총 과정에서 당내 다수인 친박계가 ‘반대표’를 집단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친박계의 대응에 따라 사태 봉합과 갈등 심화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가 “당의 퇴행에 책임이 있는 3인, 5인, 10인이 거론된다. 인적쇄신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필요한 경우 명단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범(凡) 친박계의 분화 가능성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쏠린다.

비박계가 비대위 수립을 통한 축출 대상으로 친박 핵심 일부만을 적시한 만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다소 낮은 범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대오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비박계 추천 인사의 비대위원장 추인은 물론, 이 대표의 사퇴ㆍ박 대통령 및 친박 핵심의 출당 조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다만, 친박계가 똘돌 뭉쳐 비박계 주도 비대위 수립을 거부할 경우 마지막 선택지를 잃은 비박계의 연쇄 탈당도 관측된다. 실제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이정현 지도부 총사퇴 ▷전권 혁신 비대위 구성 ▷진박 간신 출당을 조건으로 내걸고 당비납부 거부운동에 나섰다. 당비를 4회 이상 납부하지 않을 경우 당원 자격이 정지된다.

이미 비박계 일각에서는 탈당을 전제로 한 대(對) 친박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박계에는 이 대표 체제 아래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당적 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야권 주류가 새누리당 전체를 ‘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로 규정하는 가운데, 청와대 및 친박계와 선을 빨리 그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