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이재출 한국무역협회 전무] “수출업계의 숨은 슈퍼스타를 찾아서”

얼마 전 주말 저녁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TV를 함께 보는데 딸 또래 아이들이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마침 며칠 전에도 “어린 친구들이 노래를 참 잘하는 구나”하고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떠올라 오디션 프로그램을 주말에 재방송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딸아이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라며 타박을 했다. 두 프로그램은 방영하는 채널도, 시간도, 컨셉도 다르다며, 요즘은 방송국 마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두 개씩은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이구나 싶다가 그럼 그 많은 경쟁 프로그램에 각기 다른 인재들이 어디에서 나오나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한 사람이 여러 오디션을 함께 보기도 했겠지만 경연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도 항상 새로운 스타가 나온다는 건 또 그만큼 숨은 고수들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수출 불황기인 올해 내가 만나본 우리 수출업체도 다르지 않았다. 계속되는 세계경기 둔화와 연이은 악재에도 큰 폭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소·중견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모바일 생체인식 전자부품 제조업체 C사. 2015년, 수출이 전년대비 5배 이상 늘어난 1.7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10월까지는 전년 동기대비 35% 이상 증가해 벌써 지난해 수출실적을 넘어섰다.

2001년 설립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한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으로 출범한 C사는 주요 고객이던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 C사는 오히려 1000억원의 연구개발(R&D)투자를 단행했고, 세계 최초로 생체 트랙패드(BTP)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지문인식을 통한 스마트폰 보안인증 수요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의 90% 이상이 C사의 모듈을 채택,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모바일 생체인식 솔루션 업체로 우뚝 섰다.

미국인들 소파 테이블에 감자칩 대신 김을 맥주 안주로 자리 잡게 한 업체는 또 어떠한가. 조미김 하나로 지난해 수출 1400만달러, 매출액 530억원을 달성한 S사. 1960년대 김 도매업으로 시작한 S사는 반찬용 조미김을 선보이면서 가정집 밥상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S사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해외로 시야를 넓히던 1994년 뉴욕 식품전시회에서 일본의 김 수출업체가 김초밥 시식회를 열어 현지 바이어에게 마케팅 하는 것을 보고,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밥반찬에서 벗어나 현지인의 간식 김으로 포지셔닝을 확대하고 스낵김 개발에 주력했다.

2014년에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고, 한류마케팅으로 무장해 차세대 슈퍼푸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사의 성장은 더욱 기대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수출업계의 플레이어들은 매일 글로벌 오디션 장에 서 있는 참가자인 셈이다. TV 속 그들이야 정해진 기간 안에 우승자가 탄생하면 끝을 맺지만, 이들은 하루하루 새로운 오디션을 치르게 된다.

방송에 등장하는 심사위원들은 평가와 함께 조언을 주지만, 소비자라는 심사위원은 거래선 변경이라는 냉정한 평가만을 내어 놓을 뿐이다. 원한 우승자도 영원한 탈락자도 없는 참 잔인한 오디션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이런 어려움에도, 어쩌면 더 어렵기 때문에 돋보이는 스타가 있기 마련이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이들. 해가 내 머리 위에만 뜨는 것도 아니고, 내리는 비에 나의 옷만 젖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수출에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무역업계는 항상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이다. 내년에는 수출업계의 더 많은 숨은 슈퍼스타를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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