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촛불막는 족쇄?②]매번 촛불 막아서는 경찰···법조계 “경찰, 직권남용 소지 충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 집회에 대해 경찰이 금지통고를 내리고, 법원이 길을 터주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법원은 매번 ‘집회시위의 자유가 교통소통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만, 경찰은 아랑곳 않고 금지통고를 되풀이해 비판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전가의 보도로 이용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12조(집시법 12조)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29일부터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등이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를 집행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잇따라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순욱)는 26일 5차 촛불집회를 두고 “원활한 교통 소통을 확보해야할 공익이 집회와 행진을 보장할 헌법적 요청보다 더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허용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시민들이 수차례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던 경험도 짚었다.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부터 청와대서 900m 떨어진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19일 4차 촛불 집회 당시는 정부 종합청사 창성동 별관(400m)까지 열어줬다. 지난 26일 5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비록 주간에 한해서였지만 청운동 주민센터(200m)에서 행진할 수 있었다.

현행법상 청와대 100m 밖의 공간에서는 자유로운 집회시위가 보장되는 만큼, 향후 법원이 청와대 관저 100m 지점까지 집회행진을 허용해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경찰의 집회 금지 결정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 집회 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금지·제한할 수 있다’는 집시법 12조를 근거로 든다.

집시법 시행령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도로 88곳 중 하나로 ‘세종대로-한강대로’(효자동~광화문~남대문~서울역~삼각지~한강대교)가 포함된 만큼, 집회 불허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이 시행령은 종로, 대학로, 광화문 사거리 등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모두 제한 대상으로 삼고 있어 사실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에선 금지통고를 남발하는 경찰의 행태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계속해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에도 경찰이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금지통고를 하는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경찰이 법원의 판단을 아랑곳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금지통고를 내려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집시법 12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9일 집시법 12조에서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시법 12조는 교통소통을 집회시위의 자유보다 우위로 전제해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해당 조항은 장기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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