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촛불 막는 족쇄?①] 질서유지인 임명ㆍ‘관공서 100m’ 조항…“족쇄 가득” 의견

- 통상 집회참가자 10명 중 1명은 ‘질서유지인’으로 규정해야

- 삼삼오오 참가하는데 사실상 질서유지인 항목 지키기 어려워

- 청와대 가려는 시위대들 번번히 막는 ‘집시법 11조’

- “경찰이 집시법 이용해서 집회 막는 건 공권력 남용”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열리는 대규모 촛불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과 대치가 반복적으로 생기고 있다. 이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집시법의 일부 조항은 경찰 측에서 집회 및 시위를 불허할 때, 그 법적 근거로 자주 등장해 악용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사진=제5차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 측은 집시법 조항에 근거에 오후 5시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의 집회 및 행진을 금지했다.]

우선 ‘질서유지인’에 관한 내용이다.

현행 집시법 17조는 “질서유지인은 주최자의 지시에 따라 집회 또는 시위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현행법상 집회를 주최하기 위해선 질서를 유지하는 질서유지인을 임명해야 한다. 또 이어 질서유지인의 성명과 나이, 주소, 직업, 연락처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해 집회신고시 서면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 질서유지인의 조건이다. 경찰은 통상 집회신고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을 질서유지인으로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10명 중 1명은 (질서유지인으로) 돼야 시위참가자들의 안전과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도 대처가 가능하다”며 “예전부터 해오던 관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집회처럼 시민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집회의 경우 질서유지인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실상 해당 조건은 지키기 불가능해 집시법의 질서유지인 항목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5일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 질서유지인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일부 시위대의 행진을 불허한 바 있다.

장소에 제한을 두는 내용 또한 문제다.

집시법 11조는 청와대, 국무총리 공관, 국회, 각급 법원 등 주요시설의 100m 이내의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집시법 11조를 이유로 경찰이 집회 신고에 금지 통고를 한 경우는 지난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41건에 이른다. 해당 법에 따라 최근 촛불 집회에서 대통령이 거주하는 청와대까지 행진하려는 시위대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밖에 가지 못한다. 이곳은 청와대로부터 2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법원이 해당 장소에 대해 지난 26일 집회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행진을, 5시까지 집회를 허용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대가 이곳에서 시위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에 대한 저항인 만큼 직접 청와대 행진을 하려는 시민들에게 이 조항은 여전히 ‘집회장소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집회 금지구역인 국가기관을 대통령 관저와 각급 법원으로 한정하고, 집회금지 범위를 100m에서 30m로 대폭 축소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청와대 앞 30m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 인근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한 본질적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사실상 법원이 허가한 청운동주민센터만해도 200m라 실제 시위대들이 행진하려고 하는 청와대와는 턱없이 멀다”며 “법원이 거듭 집회신고에 대해 허가하고 있는데, 경찰이 집시법을 이용해서 신고된 집회를 막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며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자유 증진을 위해서 독일, 일본 등 국가처럼 집회 시위 신고서 제출 기관을 경찰이 아닌 지자체로 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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