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모른다”던 김기춘 존재 수면위로… 특검서 의혹 풀리나

[헤럴드경제]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 기소를 계기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전 실장은 그간 ‘최순실을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차씨측은 기소되면서 “최순실 소개로 차은택씨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차씨가 최씨의 지시로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직접 만났다는 의혹이 27일 차씨 측 변호인을 통해 제기되면서다.

김 전 실장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여기에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자 “최씨 관련 보고받은 일이 없고 최씨를 알지 못한다. 만난 일도 통화한 일도 없다”고 말하는 등 관계를 강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2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현 정부에서도 상당 기간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김 전 실장이 최씨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차씨 측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가 취재진에 밝힌 내용은 이런 세간의 의심을 증폭시킨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차씨가 최씨의 또 다른 측근인 고영태(40)씨를 통해 최씨를만난 건 2014년 4∼5월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6∼7월께 ‘어디를 찾아가보라’는 최씨의 지시로 나간 자리에서 김전 실장을 만났다.

만남이 이뤄진 장소는 호텔 등 일상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라 바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이었다.

사업상의 이유로 최씨와 알고 지내기 시작한 차씨는 초창기 최씨에게 ‘긴가민가’ 의심을 했는데, 최씨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의도로 김 전 실장을 만나게 한 거로 보인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최씨가 김 전 실장을 이용해 차씨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으며 그런 의도로 마련한 만남이 성사됐다는 건데, 김 전 실장과 최씨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당시 현직이던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내정자도 나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차씨가 문화 쪽 일을 하니 서로 소개를 하는 그런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 전 차관도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그렇게 진술했다면 정말 허위진술”이라면서 “최 씨를 알아야 소개를 하지 모르는데 어떻게 소개를 하느냐”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최태민 가족도 접촉한 일이 한 번도 없다”면서 “오늘 현재까지 최순실이라는 사람하고 연락하거나 접촉한 일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이 현 정부 출범 초기 최씨가 소유한 강남구 신사동의 한 빌딩 사무실을 이용하며 조각 등 정부 운영의 틀을 짰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이런 정황들만으로 김 전 실장과 최씨가 직접 알던 사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김 전 실장과 차씨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라면 최씨와 김 전 실장이 직접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차씨는 최순실과의 관계는 있었지만, 그 이후 어떻게됐는지는 본인은 모른다”며 “안종범(전 정책조정수석)과 연결됐는지, 대통령과 연결됐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고 전했다.

그러나 계속 김 전 실장과 ‘국정농단’ 의혹 중심인물들의 관련성이 부각되면서 김 전 실장 역시 검찰 내지는 향후 이어질 특검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 주변의 모든 업무를 보좌·관장하는 비서실장이 최씨와 직접 연락을 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최씨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차후 수사에 대비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연루되지 않았다’며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전혀 몰랐다’는 ‘무능’을 주장하는 게 더 낫다는 법적·전략적 판단을 했을 개연성도 거론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실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한다면 청와대 재직 시절 최씨의 존재를 알았는지, 서로 관계가 있다면 최씨의 국정개입을 알면서도 묵인·방조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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