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막내 형사들’, 끈질긴 집념으로 미제 살인사건 범인 잡다

- 노원 가정주부 살인사건ㆍ용인 교수부인 살인사건 범인 검거

- 당시 수사팀 ‘막내’들이 재수사 집념

- 미제 사건 해결 공로로 1계급 특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초심이 살아있는 사회 초년생의 강렬한 기억은 평생을 살아가는 나침반이 된다. 이는 사건 현장을 누비는 경찰관들에게도 마찬가지. 10여년전 ‘수사팀 막내’으로서 해결하지 못한 장기 미제사건을 끈질긴 집념으로 파고 든 강력팀 형사 두 명이 끝내 범인을 검거하고 유가족의 한을 풀어준 공로로 1계급 특진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가정주부가 대낮에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졸려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던 18년 전, 김응희 경위(52ㆍ사진)는 이 사건을 맡은 막내 형사였다. 당시 도봉경찰서 형사 강력팀 전체가 수사본부에 투입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지만 현장의 범인 DNA와 혈액형, 현금입출금기 CCTV에 찍힌 범인의 흑백사진만으로는 사건 해결이 불가능해 결국 2년 만에 수사본부가 해체됐다. 


“피해자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초등학생 딸의 눈물을 잊을 수 없었다”던 김 경위는 광역수사대로 배치되자 다시 이 사건에 매달렸다. 201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공소시효가 연장됐기 때문. 그는 18년간 지갑에 고이 간직한 용의자 CCTV 사진을 단서로 8000명의 강력범죄 전과자를 조사해 우선순위를 매겼고 범인 오모(44) 씨를 3번째 순위에 올렸다.

김 경위는 오씨가 사는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 앞에서 잠복근무 끝에 오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고 18년 전 ‘그 놈’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아들자마자 오 씨를 검거했다.

박장호 경위(53ㆍ사진) 역시 경기 용인 교수부인 살인사건 당시 수사팀의 막내였다. 그는 2015년 7월 일명 ‘태완이법’으로 불린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과거 자신이 수사하다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이 사건에 다시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수사대상자 중 유사 범죄 전력이 있고 서로 통화내역이 있었던 김모(52)씨와 A(67ㆍ사망)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이들의 관계를 캐물었다. 두 사람은 사건 당시에는 “사업 관계로 알았다”며 수사를 피했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사이“이라고 진술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1년 5개월 간 같은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것.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가 ”15년 전 김씨와 남의 집에 들어가 흉기로 사람을 찔렀다“며 아내에게 고백을 하고 지난 8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 말을 토대로 경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를 벌여 검거했다.

경찰청은 28일 특별승진 임용식을 열고 두사람을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특진 임용했다. 관련 유공자 5명에 대해서도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경찰청은 ”발생한지 15년 이상이 지나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살인사건에 대해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사건을 해결한 모범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해자와 유족의 원한을 풀어줘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장기 미제 살인사건은 증거 수집 등 어려움이 많아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외에도 273건의 장기미제 사건 중 2001년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해사건과 울산 70대 노인 살해사건 등 3건을 해결했고 나머지 270건에 대해서도 추적 단서가 있는 사건을 우선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