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합의, ‘신기루’로 끝나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난 9월 성사됐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가 결국 ‘신기루’가 될 위기에 처했다.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의를 앞두고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감산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사우디 현지 신문인 아사르크 알아우사트 신문에서 알팔리 장관이 “OPEC의 개입 없이도 2017년에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라며 “OPEC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하는 단일한 방법 외에 미국을 비롯한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내년에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OPEC 비회원국들과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과 관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취소됐다. 다만, 알제리와 베네수엘라의 석유장관들이 러시아에 감산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러시아로 갈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

OPEC은 비회원국 원유생산국가도 가격 조정을 위해 하루 60만 배럴을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장관은 감산이 아닌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OPEC이 지난 9월 알제리 회의에서 감산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이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53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이달 중순 20%가량 떨어졌다. OPEC 내에서 회원국들이 어떻게 감산량을 배분할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데다가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감산에 동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 역시 감산을 위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OPEC 통계가 자국의 생산량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셰일업체들의 생산량이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유가 폭락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이 이번 주 감산에 실패하면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세계 대형 석유거래업체들이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건보르그룹의 토르비외른 퇴른크비스트 최고경영자(CEO)는 “(OPEC이) 합의하지 못하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나 그 이상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OPEC이 지난 9월 잠정적으로 합의한 하루 생산량 3천250만 배럴 목표를 달성하려면 100만 배럴에 대한 감산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한편, 시티은행의 키루 라자싱그람은 알제리 회의 이후 글로벌 공급량이 더 늘어나 유가 전망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라자싱그람은 “감산도 가격을 많이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내년에도 유가는 하락세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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