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발표…현장은 혼란①]“국검정 혼용?…학교, 또 다시 이념 전쟁터 될 것”

-국정 채택 놓고 ‘제2의 교학사 교과서 사태’ 우려

-교육현장, “이념갈등, 교육부가 교육 현장에 전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교육부가 학교 현장 적용 방법과 시기에 대해 정확한 언급을 피하며, 기존에 단일화의 대안으로 국ㆍ검정 혼용과 시범 운영 후 확대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 및 교육단체들은 학내에서 ‘이념대결’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회원수 16만여명으로 국내 최대 보수성향 교원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로 단일화할 경우 발생할 극심한 반대 여론을 피하기 위해 국검정 혼용 체제를 적용할 경우 ‘제 2의 교학사 교과서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29일 나타냈다.

 
교육부가 28일 공개한 국정화 역사교과서의 현장 적용방법을 두고 기존 단일화 입장 대신 국ㆍ검정 혼용, 시범 도입 후 전면 실시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교육부의 태도로 인해 ‘이념 갈등’이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교총 관계자는 “현재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일제히 국정 역사교과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학교가 있을 경우 갈등이 즉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고, 해당 학교에서도 내부적인 갈등과 혼란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반대 여론이 대다수인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이념적 갈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3년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ㆍ독재 미화 논란이 가열됐고, 전국적으로 채택률이 0%대에 그치며 사장됐다. 이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시도했던 학교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들이 집단 행동을 통해 학교측을 압박하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맞불 성격의 집단 행동을 벌이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대한 찬반 갈등이 학교 현장에서 표출될 가능성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평소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보이던 사학 법인들은 교육부가 기존 단일화에서 국검정 혼용 및 시범 운용으로 입장이 후퇴한 것이 학교 현장에서 이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준 점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지난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학사 교과서보다 완성도가 높은 만큼 국검정 혼용 체제로 운용되더라도 이를 채택하는 학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경균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에 출시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검토해 본 결과 국검정 혼용 체제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많은 사립학교에서 건학 이념 등에 맞춰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검정 혼용 제도의 도입 이전에 학교가 외부 단체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해 가르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이 사무총장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택하는 학교에 대해 반대 단체에서 집단행동 등을 통해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폐기와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헌법을 부정했고, 항일투쟁의 역사도 희석했다”며 “이승만ㆍ박정희 독재정권 역시 여기저기서 미화됐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즉각적인 행동에도 돌입했다. 3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국정교과서 폐지를 위한 교원 연가투쟁을 벌이고, 역사교사 중심으로 국정교과서 불복종 선언, 현장교사의 검토위원 참여 거부 등을 할 계획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일부 교장이나 재단 등에서 국검정 혼용을 틈타 국정 역사교과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실화될 경우 엄청난 반발이나 저항을 부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단일화에서 한 발 물러난 국검정 혼용이나 시범 적용 등의 방식으로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향후 반헌법적인 내용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쩌면 지난 교학사 교과서 사태 때 보다는 갈등이 적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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