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 결단 기회로 삼아야 할 친박 중진 명퇴 제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박 대통령을 지켜 낼 최후의 보루라 할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중진들이 28일 긴급 회동을 갖고 ‘명예 퇴진’을 건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말이 명예퇴진이지 사실상 하야해야 한다는 간곡한 진언인 셈이다. 전날 각계 원로들이 국회추천 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고, ‘질서있는 퇴진’을 건의한 것과 그 맥이 같다. ‘명퇴’를 제안한 중진들은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정갑윤,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그야말로 절대 친박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이 받는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친박계 중진들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명예 퇴진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앉아서 사상 초유의 ‘탄핵 대통령’의 오명을 쓸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이 그 근저에 깔려있다. 실제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반전의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당장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가 임박한 상태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상당수도 찬성 의사를 밝혔으니 그 결과는 보나마다. 무엇보다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200만 개의 거대한 촛불 물결을 이룬 민의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절대 친박 중진들조차 ‘질서있는 퇴진’ 요구에동참하고 나섰는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깊이 헤아려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측근 정치세력 요구조차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듯해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제부터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박 대통령이 입는 상처는 더 크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 수리가 그 대표적 예다. 일주일동안 설득을 해도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의 내각 장악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얘기다. 임명권자의 권위와 리더십이 상실된 마당에 새 장관을 뽑기도 쉽지 않다. 경제 부총리에 이어 이제 법무장관 자리까지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박 대통령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통령으로 각인될 것이다.

두 말할 것 없이 박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퇴로는 없다. 설령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기각된다 해도 국민들에 의해 탄핵을 당한 상태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질서있는 퇴진을 통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조만간 내 놓을 것으로 보이는 3차 대국민담화에서 그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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