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구는 각자가… 로마여행자라면 로마법에 따르세요

이탈리아인은 과정을 즐기는 아나로그 삶을 추구한다.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바이러스에 대한 철통 방어를 생활양식으로 정착시켰다. 지면과 닿은 곳엔 바이러스 접근이 쉬우므로 장시간 일상을 보낼 만한 시설을 가급적 두지 않아 우리의 1층을 ‘0층’이라 부른다.

이같은 전통과 관습에 따라, 낡은 건물을 호텔로 쓰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 인프라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보다 취약하며, 자기가 쓸 생활도구를 스스로 챙기도록 한다.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지켜줘야 할 ‘로마관습법’이다.


호텔엔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면도기가 없다. 커피포트와 상비약도 싸가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공급자의 일방적 서비스 개념은 희박하다. 수요자는 돈을 내지만 뭔가 필요하니까 왔고, 공급자는 적당한 범위에서 서비스를 하면 된다는 마인드이다.

무료 와이파이는 신호가 객실 안까지 충분히 커버하지 못해 로비에 나와야 쓸 수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일부 호텔은 오후10시 이후 와이파이 기계를 끈 채 직원이 퇴근해 10시간 안팎 데이터불통 사태를 감수해야 했다. 일부 호텔은 와이파이 사용료를 하루 당 2유로를 받았지만 자주 끊겼다. 밤 10시30분 이후 프론트 직원을 찾기 어려웠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관습의 범위를 넘어선 서비스의 ‘나태함’도 보인다. 이탈리아 당국이 국격을 생각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알이탈리아 항공 승무원은 호출 버튼를 눌러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어폰은 접속 불량이 태반이었다. 몇몇 유통 매장은 한번 결제하면 손님이 현장에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절대 환불, 교환해주지 않는다. 특이한 복색을 한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 뒤 돈을 요구하고 계속 따라오며 행로를 방해하는 행위, 노상에 물건을 넓게 깔아놓고 건드리기만해도 배상을 요구하는 행위 등은 여전한데, 적극 단속하지 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함영훈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