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통 끝 대체복무제 도입 의견 의결

“헌재에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의견 내지 말자”

일부 위원 반대…2005년 인권위 입장과 상반돼 논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격론 끝에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대체 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의결했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제1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헌재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과 유엔 자유권 규약 등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대체 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더불어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하는 건 보편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을 내기까지는 진통이 따랐다. 인권위는 이미 2005년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한바 있지만 이번에는 몇몇 위원들이 보편적 인권 수호 기관인 인권위와 걸맞지 않는 의견을 냈기 때문.

대법원장 추천 윤남근 위원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군 복무가 그냥 싫다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런 것도 양심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느냐”며 “대한민국은 존재해선 안 되는 국가라서 그 나라 군대에 들어가서 총 들고 싸울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것도 다 고려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대체 복무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 추천한 최이우 위원도 “나라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은 절대적으로 소수였다. 여당 추천인 검찰 출신 정상환 위원조차 “이 문제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을 내지 않으면 큰 흐름에 인권위가 맞서는 느낌을 줄 염려가 있다”며 대체 복무제 도입 의견을 주장했다. 야당 추천인 이경숙 위원도 “인권위는 일관되게 대체 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몫인 이은경 위원은 “헌재도 과거에 합헌이었던 것을 위헌으로 바꾸기도 한다”며 “유독 인권위라고 해서 과거 입장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맞섰다.

이에 이성호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이미 시행됐을 대체 복무제가 후퇴했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인권위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교통정리를 했다. 대신 반대한 위원 3명이 원하면 소수의견을 달기로 하고 의견제출안건을 의결했다.

한편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 등에 통신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내는 안건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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