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계 ““법인세율 인상, 경제 상황 외면하는 정치권 무책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중견기업계가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 상황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와 글로벌 총 수요 감소 등으로 대내외 경제 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와중에 경제의 성장 토대인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은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크게 하락시킬 것”이라고 29일 주장했다.

중견기업계는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세제 변화로 이미 큰 부담을 떠안은 기업에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정부는 여러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설정, 최저한세율 인상 등을 통해 기업 과세를 크게 강화한 바 있다.

중견련은 “과도한 세율 인상은 경제주체의 투자 의지를 꺾어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며 “이는 소비심리 위축, 일자리 감소, 국가경쟁력 하락의 악순환을 야기해 우리 경제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45조원으로 기업영업실적 감소에도 전년 대비 2.4조원 증가했다. 올해 1~6월 법인세 누계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5.9조 원 증가한 28.4조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법인세율을 합리화하는 것 자체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수출ㆍ투자ㆍ소비ㆍ고용지표가 모두 부진한 현 시점에 굳이 법인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 또는 무책임의 발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기업계는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상위 대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중견련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2979개사에 달하는 중견기업 재무제표에 비춰볼 때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기업부터 인상하면 최소 112개사, 2억원 이상 기업부터 인상하면 전체 중견기업의 74%인 최대 2204개사가 세율 인상 대상에 포함된다.

중견련은 “비과세ㆍ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치중된 결과로 중견기업(17.0%)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오히려 대기업(16.0%)보다 높은 불합리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의 대다수가 세율 인상 대상에 포함되면, 조세형평성을 달성하기는커녕 중견기업의 세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가 빠른 경기회복을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이전과 외국 자본 투자 감소 등을 야기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중견련은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데, 법인세율 인상은 이 같은 정부 정책 기조와도 전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정책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비전, 그리고 무엇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법인세율 인상 시 예상되는 추가세수가 2017년 정부예산의 1%인 3조 원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재정 여력이 충분한 현 상황에서 투자 위축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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