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문재인의 신중함, 그 양날의 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신중함’이 또 화를 불렀다.

28일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따른 조기 대선의 가능성에 대해선 “국민공론으로 합리적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헌법에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적시돼 있음에도 문 전 대표는 끝까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놓고 (조기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말하면서도 법이 정한 퇴진 이후의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는 태도를 놓고 여론은 양분됐다.

촛불민심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러 지자체장의 대선 일정을 배려했다는 호평이 나오는 한편, 정치적 ‘퇴로’를 열어 두기 위해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문 전 대표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꺾고 차기 대선 주자중 지지율 1위까지 올랐다.

그래서 그가 모이는 곳은 어디든 유세 현장을 방불케 한다. 그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국정수습에 대한 로드맵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정국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을 코앞에 두고 있고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 원로도 국정 공백 사태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퇴진 이후’를 놓고 침묵하는 자세는 국민이 바라는 대권 주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번 촛불 정국에서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의 거친 발언은 종종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지만, 지지자들은 그의 분명한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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