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기 부양, 엔화 약세가 능사 아닌 까닭은?…물가만 올려 소비자들에겐 고통만 주는 꼴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일본의 경기 부양에 더이상 엔화 약세가 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가치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겪는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데다 이것이 임금 인상으로 선순환을 일으키지 않으면 오히려 일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기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 가치와 무역, 경제 건전성의 관계가 지니는 복잡성이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며 29일(현지시간) 이 같이 전했다.

급격한 엔화 약세는 일정 수준의 엔화 가치를 상정하고 미리 사업 계획을 짜려는 회사들에게 오히려 고민 거리를 안겨준다. 엔화 약세가 극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곧 시장 변동성과 환율 변동이 심화된다는 의미로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과 대처해야 할 일거리를 안겨주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닛산 대변인은 “어떤 회사도 통화 가치의 변화를 예측하려 하는 환율 트레이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닛산은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105엔을 기록할 것으로 가정하고 2016년 사업 계획을 마련했다. 대변인은 “이 수많은 결정들은 오랜 숙고 끝에 내려진 것이다”고 말했다.

UBS는 대부분의 일본 제조업체들은 환율이 달러 대비 105~110엔을 보이는 경우를 선호한다면서 급격한 엔화 가치 절하는 기업들이 예산 적용에 어려움을 겪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는 현재 달러 대비 112엔 이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WSJ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8.2%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 엔화 약세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보통의 소비자들에게는 득은 없고 고통만 생긴다고 WSJ는 전했다. 물가만 높아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 증권의 미와 타카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이것이 실질 소득의 증가로 이어졌을 때만 일본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임금은 올라가지 않고) 현재의 엔화 약세가 미래에도 이어질 경우 식품 가격이 올라가고 수입 내구재 가격도 올라가 일본 가계의 실질 소득을 깎아 내리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임금 인상을 ‘네 번째 화살’로 삼아야 한다고도 충고했지만 아베노믹스 초반에 비해 최근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폭은 시원치 않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임금 인상을 독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무역 경향의 변화도 엔화 약세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일본의 주요 수출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생산지를 아시아의 다른 국가나 미국 등지로 옮긴 상태다. 이 때문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0엔 떨어지면 1990년대에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0.4% 포인트 증가한 반면 현재는 그 영향이 0.1~0.2% 포인트에 그친다고 시티그룹의 무라시마 키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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