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퇴진 선언’에 예산 시계도 일시정지…법정시한 내 처리 ‘불투명’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발표로 국회 예산 시계가 사실상 일시정지 됐다. 치열한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ㆍ소득세 개정안 등을 두고 여야정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내달 2일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안 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가, 정부 원안과 야당 수정안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30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3당 정책위의장들은 지난 29일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 인상 문제를 결론내려 했지만 협상 자체가 무산됐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퇴진 일정을 국회에 넘긴 파장 때문이다. 법인세 등 세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이날 마지막 회의를 열지만, 여야 쟁점이 해소되지 않아 상임위 차원의 결론을 내기 어려워졌다. 여야는 조세소위가 끝나도 물밑 협상을 벌인다는 계획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의 세입과 세출, 감액과 증액을 결정한 뒤 합의안을 2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여야가 이날 안으로 전격 합의를 이루지 않는 이상, 오는 2일 정부 원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쳐진다.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강제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야당으로서는 소위 ‘최순실 예산’이 남아 있고 누리과정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원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표결로 예산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정부와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가면 예산이 12월2일 제때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원안 대신 야당 수정안을 올려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2일 본회의에) 정부 원안 자동 부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야당은 수정안을 내 표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안 대신 야당만의 수정안을 올린다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인세ㆍ소득세 인상 법안, 누리과정 예산 법안의 자동부의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9일 정부ㆍ여당ㆍ야당이 요청한 모든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야당이 수적 우위를 활용해 야당 수정 예산안과 법인세 인상 등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퇴진 정국에 더해 여야, 정부와 국회 사이 극심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초유의 준예산 사태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원안 예산안이 부결된 뒤 여야가 다음해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면, 전 회계연도에 준해 잠정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헌정 사상 준예산 사태가 빚어진 적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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