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계산만 앞세운 3차 담화, 국민분노만 커질뿐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도 역시 감동은 전혀 없었다. 처음으로 ‘임기 단축’을 거론해 촛불 시위에서 확인된 민심을 일부나마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욱이 진정성 있는 반성은 커녕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실망감만 더 깊어질 뿐이다.

박 대통령 담화가 감동도,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담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회에서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이 우선 그렇다.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지만 ‘여야 합의’로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내려오게 할 수는 없다. 그게 합법성을 지니려면 헌법을 고치거나 탄핵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한데 지금은 탄핵 절차가 진행중이다. 결국 국회에 자신의 진퇴를 맡기겠다는 것은 개헌을 하자는 의도인 셈이다.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바로잡을 개헌은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부분 이뤄진 상태이고 정치개혁 차원에서 미룰 수 없는 현안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해 개헌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최순실 파문으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대선주자들의 셈법이 제각각이라 개헌이라는 거대 화두를 끄집어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담화가 눈 앞의 탄핵 위기를 모면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란 오명이라도 벗으려면 하야 일정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지금의 혼란 상황을 초래한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박 대통령 자신이다. 담화에서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겠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국회와 정치권에 떠 넘길 게 아니라 결자해지의 자세로 진퇴를 분명히 해 질서있는 퇴진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더 분발해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과도 내각을 이끌 책임 총리를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제 회복 불능 상태다. 이런 상황을 더 끌고 가는 것은 이제부터는 정치권 책임이다.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정치권 역시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민의를 따르면 길은 얼마든지 보인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유불리에 집착하다간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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