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겉모습부터 속살까지 뻔하지 않은 SUV…‘벤츠 GLE 쿠페’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메르세데스-벤츠의 GLE 쿠페(350d 4MATIC)는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달리 보이는 모델이다. 정면에서보면 전형적인 SUV지만 옆모습은 쿠페답게 뒤로갈수록 뚝 떨어지는 느낌이 강렬하다. 뒤에서보면 독특한 라인이 눈에 들어오면서 고급 세단 쿠페를 연상케 해 외관만 봐도 일반 SUV와는 분명 차별화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GLE 쿠페는 GLE보다 길이는 81㎜ 늘어났고, 너비도 68㎜ 더 넓어졌다. 반면 높이는 68㎜ 낮아져 길고 넓어졌음에도 날렵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후면부 LED 테일램프 등은 S-클래스 쿠페 디자인과 닮아 자칫 SUV에서 올 수 있는 투박함을 화려함으로 보완하는 등 뻔하지 않은 SUV의 특성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날렵함이 강조된 디자인은 시트에 앉자 몸으로 더 공감됐다. 차체가 낮아진 만큼 착점도 낮아져 통상적으로 SUV에 탔을 때보다 시야가 낮았다. 대신 헤드룸에는 그 만큼 더 여유가 생겼다.

인테리어 중에서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한 기능이 눈에 띄었다. 컵홀더에 냉온 기능이 있어 겨울철 음료를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커피를 컵홀더에 두고 온열 기능을 켜니 시승 내내 커피가 식지 않고 따뜻했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음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냉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뻔하지 않은 GLE 쿠페의 장점은 주행 과정 중 코너링에서 돋보였다. 제법 급회전 구간에 들어서 스티어링 휠을 꺾은 뒤 돌아오는 응답성이 눈에 띄게 빨랐다. 이에 육중한 차체에도 부드럽게 코너링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GLE 쿠페에는 스포츠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스티어링 반응성이 높아졌고, 조향각을 더욱 높여줘 민첩성이 향상됐다. 


조향비는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바퀴 휠이 얼마나 돌아가는지 정도를 비율로 환산한 개념이다. 스티어링 휠을 360도 돌렸을 때 휠이 24도 돌아간다면 조향비는 15대 1이다. 승용의 일반적인 조향비는 12대 1에서 20대 1 사이다.

통상 크고 무거운 차일수록 높은 조향비가 나온다. 체중이 실린 휠을 돌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 스티어링 휠이 더 많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포츠카 등 레이싱에 초점이 맞춰진 차는 조향비가 낮다. 회전 등 민첩함을 위해서는 스티어링 휠을 많이 돌리지 않아도 응답성이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GLE 쿠페 조향비는 17.4대 1로 GLE 조향비 18.9대 1에서 보다 낮아졌다. 코너링에서 예상보다 날렵하게 움직였던 것도 낮아진 조향비가 한몫했다. 스포티한 SUV란 콘셉트에 벤츠가 주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디젤 SUV임에도 n.v.h 등 승차감은 수준급이었다. 엔진음, 노면음, 풍절음은 중고속에서도 크게 들리지 않았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 덕에 시트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도 크지 않았다. 3.0리터 6기통 엔진에서 뿜어내는 가속성능 또한 만족스러웠다.

다만 제한된 시승코스 때문인지 4MATIC의 특징과 오프로드에 유용한 서스펜션 조절, 경사로 방지 등의 기능은 충분히 사용해보지 못했다. 1억600만원이라는 가격에 고개가 끄덕여지기 위해서는 4륜 구동 및 오프로드 특화 기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해 보였다.

총 35㎞를 주행한 결과 연비는 7.3㎞/ℓ로 기록됐다.

killpass@heraldcorp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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