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장인 ‘한땀한땀 노하우’…성수동 수제화 청년들에 훈수

-25일 성수동 수제화 아카데미 MD 교육 가보니

-16주 교육…해외 전문교육기관과 연계ㆍ교류

-이태리 전문가 직접 지도…청년 꿈나무 귀 쫑긋

-취ㆍ창업 디딤돌 톡톡…업계 네트워크 형성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모니터를 통해 신발 천에 ‘공작 깃털’을 접목한 새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등장하자 시선이 집중됐다. 모여 앉은 청년들은 지금껏 배운 내용들을 정리, 시청각 자료로 선보이는 이번 시간 내내 귀를 ‘쫑긋’ 세웠다. 교육 총괄지도를 맡은 오리에타 펠리자리 아르스 수토리아(이탈리아 명문 구두학교) 교수는 마지막 발표까지 모든 내용을 차근차근 평가하다 고개를 들었다. 몇 초간 정적 후, 이내 엄지를 ‘척’ 세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기다렸다는 듯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25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IT종합센터 2층 강의실은 ‘수제화 아카데미 디자이너ㆍ머천다이징(MD) 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모두 취미가 아닌 수제화 업계 취ㆍ창업을 목적으로, ‘지미 추’를 능가하는 장인이 될 꿈을 안고 강의실을 찾은 청년들이었다.

[사진=서울 성동구 성수IT종합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제화 아카데미 디자이너ㆍ머천다이징(MD) 교육과정’에 참여한 청년들이 오리에타 필레자리 교수(가운데)의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7~8월 수제화에 관심있는 대학교 졸업생 이상을 대상으로 서류ㆍ면접 심사를 진행, 16명 청년을 선발해 9월부터 본격 교육에 돌입했다.

배우는 내용들은 제화ㆍ패션 MD 등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르스 수토리아 교수진 등 국내ㆍ외 최고 전문가들이 직접 지도에 나서며, 최우수 성적을 낸 청년 1명은 이탈리아 세계 최대 슈즈페어 ‘MIKAM’ 참관 기회도 제공한다.

서울시가 성동구에서 이 같은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역 내 ‘성수동’이 품고 있는 특별한 역사 때문이다. 성수동은 현재 300~350여 개 수제화 관련 업체가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약 900여 개 업체가 모여있을 만큼 ‘수제화의 메카’였다. 평생 수제화를 다뤄온 장인, 수십년간 명맥을 이어온 각종 기술ㆍ노하우들이 남아있어 수제화로 무언가 하기에는 여전히 최적지다.

이날 강의는 4개조가 각자 발표를 진행, 교수가 평가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발표 내내 눈을 떼지 못하던 오리에타 펠리자리 교수는 “한국 청년들이 이끌어 갈 수제화 시장의 큰 그림을 미리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기술, 재료 등 국제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기쁘다”며 “다들 배워가는 속도가 빠르니, 몇 차례 교육을 더 진행한다면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을 믿는다”고 하자 청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수학과 대학생이었지만 하이힐에 관심이 많아 관련 취ㆍ창업을 알아보고 있는 수강생 안아현(27ㆍ여)는 “실무 현장을 알고 있는 세계적 전문가들이 가르치는 게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이힐도 편한 신발로 만들 수 있을지 공부하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접하게 돼 기쁘다”며 “목표는 내 이름을 걸고 수제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내보였다.

마케팅 등 다른 업계에서 활동하다 관심이 생겨 첫 발을 딛는 수단으로 교육에 참여한 청년들도 많았다. 이들은 “수제화에 대해선 모든 게 처음인 상태에서 취ㆍ창업의 디딤돌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해외 유명 신발 교육기관 같은 시설이 있다는 점에 감명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배운 내용들을 교육이 끝난 이후 즉각 활용할 수 있게끔 성수 수제화공동판매장 입점, 사회적 기업 취ㆍ창업 연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모든 교육은 내달 23일 끝난다.

김태희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고령화 되어가는 수제화 업계에 청년 층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지속 고민할 것”이라며 “수제화 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