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통령의 시간, 국민의 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의 시계를 한달 전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결정을 국회에 일임했다.

‘탄핵’이라는 질서 있고 합법적인 절차를 준비하던 국회가 또 혼란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노린 ‘질서 있는 퇴진’과 ‘임기 단축 개헌’으로 인해 정국 논의가 한달 전 상황으로 원점 복귀했다.

그동안 광화문 거리에 나선 400여만명의 국민이 애써 전진시켜왔던 시간을 후퇴시키고자 한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연장을 위해서다.

두 개의 시간이 맞부딪친다. 대통령의 시간과 국민의 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한달여 간 내놓은 3차례의 담화는 그의 시간이 무엇인가를 자꾸 악화시키는 시간임을 보여준다.

지난 4년 간의 국정이 그랬다.

경제와 정치가 나빠지고 부패하는 시간이었다. 이에 맞선 국민의 시간은 전화위복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국정교과서 논란 역시 대통령의 시간이 역사 퇴행의 시간임을 증명한다.

수십년간의 사회적 합의에 따른 주요 역사적 평가를 과거로 되돌렸다. ‘다양성’의 진전을 ‘획일성’으로 퇴화시켰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시간은 ‘부재하는 시간’이 됐다. 알리바이, 곧 부재증명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세월호 7시간’을 포함해 직권남용 및 강요, 제3자 뇌물죄 등에 대해서 대통령의 시간은 ‘무엇을 하지 않았음’을, ‘그곳에 없었음’을,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범죄피의자의 시간이다. 대통령이 ‘범죄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려는 동안, 광장에 나선 국민들에게 시간은 서로에게, 그리고 후세대에게 ‘역사의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 됐다.

누군가에겐 권력연장을 위해 멈춰야 하는 시간이 국민들에겐 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이다.

더이상 늦추고 기다리고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다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많은 생명들을 잃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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