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 지상좌담회] 공격받는 자유무역, 우려되는 ‘닉슨쇼크’…FTA 확산 위해선 ‘자국민 설득’부터 성공해야

-글로벌 경기침체, 일자리 감소로 보호무역 부상

-실직자 구제하지 못한 정부, 포퓰리즘 선택

-미국ㆍ중국 무역전쟁 펼칠 경우 1930년대 대공황 재현 우려

-한중일 FTA 협상 가속하며 자유무역 확산 노력 필요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영국의 브렉시트와 ‘America First’로 요약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로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30년대 대공항의 재현을 예측하기도 하며, 신흥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줬던 1970년대 ‘닉슨쇼크’를 우려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IMF 외환위기 재현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 모두 국가간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무역전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별한 성장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마저 위협받는 등 세계경제는 대변혁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3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된 ‘2016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산업자원부의 이인호 통상 차관보와 미국의 대표적 자유무역 옹호론자인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학 교수, 글로벌 불공정 수입규제 감시망인 GTA(Global Trade Alert)의 싸이먼 이브넷 사무국장, 한국무역협회에서 디지털경제 사업을 총괄하는 최원호 e-Biz지원본부장 등 4인의 의견을 들어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설명=30일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2016년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산업자원부의 이인호 통상차관보와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싸이먼 이브넷 GTA 사무국장, 한국무역협회 최원호 e-Biz지원본부장(사진 왼쪽부터)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윤병찬 [email protected]]

최근 자유무역과 시장경제가 공격받고 있는 원인과 관련해 4명의 참석자들은 ‘일자리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인호 차관보는 “글로벌 경기침체, 공급과잉, 기술발달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근로자 실질소득도 위축됐다”며, “이러한 가운데 브렉시트와 미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에서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신고립주의나 자국우선주의가 자유무역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교역이 줄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해 각국 저소득층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그는 나아가 “G20과 ASEM 경제장관 회의와 같은 국제협력의 기회마다 보호무역조치 동결과 자유무역을 수호 의지를 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본부장 역시 과학기술 발달로 인간의 노동력이 대체되고,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데서 오는 실업률 상승에 대한 불만까지 자유무역 탓으로 돌린 것에 그 원인을 찾았다.

싸이먼 이브넷 사무국장은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관련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자유무역과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이 이뤄졌다”며,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보호주의는 당시 실직자들을 구제하지 못한 정부가 포퓰리즘을 택하며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더글러스 어윈 교수도 마찬가지로 ‘실업’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수년째 지속된 저성장으로 실직자들이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실업대책도 한계에 달해 다른 국가를 희생양으로 지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30일 서울 강남구 소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된 ‘2016년 통상산업포럼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산업자원부의 이인호 통상차관보와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싸이먼 이브넷 GTA 사무국장, 한국무역협회 최원호 e-Biz지원본부장(사진 왼쪽부터)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윤병찬 [email protected]]

미국 러스트 벨트 지역의 실업 문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무역장벽에 대한 전망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모아졌다. 이브넷 사무총장은 ”가장 먼저 중국의 반격이 예상된다“며, ”보복은 보복을 가져와 자칫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의 판박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어윈 교수역시 “만약 선거 유세 활동 때의 그의 주장대로라면 국수주의적 무역정책을 펼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통상 마찰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미국의 무역적자와 달러 강세로 촉발된 70년대 닉슨쇼크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어윈 교수는 하지만 “공약으로 제시한 통상관련 정책의 상당부분이 상징적인 조치로 끝나거나 시행되더라도 성과를 거두기보다 소모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의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실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세계적인 보호무역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WTO, 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브넷 사무국장은 “이들 기구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맞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어윈 교수 역시 “정치적 리더쉽이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할 뜻이 없다면, WTO나 OECD 역시 거버넌스 강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기관은 정부로부터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독립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자유무역을 확산시키기 위해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자국민과 자국 산업에 대한 설득과 이해를 얻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브넷 사무국장은 “더 이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처럼 상호주의 바탕의 대규모 협상(big reciprocal deal)의 시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문제는 국가간 협상이 아니며, 각국 정부가 자국민과 산업을 설득하는 국내 무역협상 (domestic trade deal)에 실패하면서 오늘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보는 “TPP를 주도한 미국은 폐기를 선언해 추진 동력이 상당히 약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메가 FTA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재주목을 받는 RCEP의 경우 중국, 일본과 공조해 조속한 타결을 유도하는 한편, 한중일 FTA 협상도 가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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